[일간투데이 김준성 기자] 남성보다 기대수명이 긴 여성은 더 많은 은퇴자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임금격차, 육아 등으로 은퇴 준비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은퇴준비 젠더갭(gender gap) 해소방안과 금융역할'을 통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갭이 크고 고령화 진행속도도 빨라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은 공적연금제도하에서 젠더갭 축소를 위한 장치는 물론 미국도 생애주기에 맞는 다양한 은퇴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정부지원하에 여성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1년 기준 기대수명은 남성 77.6세, 여성 84.5세로 2013년 65세 이상 고령인구중 여성비율은 58.6%이지만 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보다 23.4%p 낮은 49.9%로 파악됐다.

임금격차도 2010년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39%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나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 등으로 30대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했다가 40대에 상승하는 모습인데, 재취업시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적은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여성은 또 생애근로기간이 짧은 탓으로 올해 기준 평균연금수령액도 남성 보다 34만원 적은 21만원,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가입률도 남성 73.8%, 여성 61.3%로 집계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젠더갭은 고령화에 직면한 다수의 국가들이 고민하는 과제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갭이 크고 고령화 진행속도도 빨라 대응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2050년 우리나라 여성 노인부양비율은 2010년 대비 22%p 상승한 31.1%로 추정,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다수 유럽국가들은 남녀간 임금격차 축소와 시간제 일자리 확대, 여성 할당제, 유연근무제, 육아휴직자 불이익 금지 등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퇴준비 '젠더갭' 지속으로 출산 크레딧과 연금수급개시시점 차등화 등을 활용해 격차를 줄이고 있다.

출산 크레딧의 경우 프랑스는 자녀 1명당 2년, 독일의 경우 자녀 1명당 3년의 연금납입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에서 2자녀 이상 출산시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출산 크레딧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일부에서는 2011년 출산율이 1.24명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자녀 1명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은 남녀 수급개시연령을 차등화하고 있는데 현재 남성 65세, 여성 60세로 2020년까지 여성 65세, 2046년까지 남녀 모두 68세로 조정 예정이지만 일부에서는 현재 약 6500파운드에 달하는 연금수급액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2017년부터 공적연금 가입기간이 35년 넘는 경우 납입액과 무관하게 주간 약 144파운드 고정이율연금을 지급해 남녀가 동일한 금액을 수급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젠더갭 축소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을 자녀 1명부터 인정하거나 자녀 1인당 가입인정 기간을 늘리는 등 연금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들은 여성들의 생애주기에 적합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다양한 은퇴상품을 통해 적극 은퇴를 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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