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지금 우리나라의 곳곳에서는 최강의 창과 방패의 대격돌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3년 국정감사 현장의 실제 모습이다. 이 감사가 10월에 집중되다 보니, 필자는 감사의 본 모습이라고 보기 보다는 마치 ‘시한폭탄’을 들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려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한폭탄’은 폭발 당시에는 엄청난 폭발력과 화약냄새를 풍기지만, 어느 사이에 그 효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때론 ‘인명사고’ 소식과 함께.

필자는 오랫동안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국정감사의 효과가 오래 갔으면 하는 희망과 국회 가 지적한 그 모든 것들을 정부에서 잘 알아들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 여와 야는 각기 다른 목표와 태도로 임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서 ‘의회 공동체’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에 여권과 야권은 밀고 밀리는 싸움을 계속한다. 이것은 우리의 권력구조가 형식상으로는 복잡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주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우리 정당들은 정책 인프라가 없어 행정부를 감사할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국의 주도권이다. 지금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여권과 야권은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아울러 많은 경제인들을 증인으로 국정감사장에 불러들인 것도 이번 국정감사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이다. 정국의 주도권은 민주주의의 실현과 정부 운영을 잘하는 정당이 행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과 야권의 전략목표를 먼저 짚어 본다. 여권은 야권을 견제하면서, 정책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 야권은 여권의 기를 꺾어 놓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이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첫째 민생과 경제 활성화 문제, 둘째 서민생활 안정, 셋째 일자리 만들기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목표를 국민의 기 살리기로 잡았다. 구체적으로 민주주의 살리기, 약속 지키기, 민생 살리기로 정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감현장에서는 “그렇게 비겁하게 자리에 연연하고 싶으냐고요. 똑바로 답변하세요”, 여기에 피감기관의 장인 이성한 경찰청장은 “(얼굴을 붉히며) 아니 어떻게 자리에 연연한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라는 발언이 오간다. 이것은 일부러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질문과 답변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여와 야 의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반짝반짝 빛을 내는 질문들도 있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름답고, 성실하기조차 하다. 그런 질문에는 현실진단이 물컹하게 제대로 배어 나와야 하며, 다음은 정책대안까지 산뜻하게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제는 민주주의 신장, 경제발전과 복지증진, 국민의 발언권 증진일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감사 시작 전 모두 생활밀착형 감사를 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외국기업이 국내 콘텐츠를 활용해 매출을 올리는데 세금을 부과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DMZ 평화공원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국제기구, 지자체까지 포괄하는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였다. 안철수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일본산 수산물 검역을 위한 현장실사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 국정감사도 의원 교체 여부를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어있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평가기준은 오래 준비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핵심을 놓치지 않고 질문하는 것이다. 그럴 때 답변은 성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치 요즘의 새벽 찬공기를 가르는 바람소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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