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병 정치평론가/정치학박사

국가정보원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도 지난 대선 때 정치 관련 댓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 요원들도 관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아직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군 당국의 해명대로 극히 일부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 한 것인지, 아니면 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는데 그 중 일부가 드러난 것인지에 따라 파장은 전혀 다를 것이다.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북한의 사이버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방부 장관 직속부대이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국민을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정원과는 달리 군 조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내용의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 했다면 말 그대로 ‘국기문란’ 행위에 다름 아니다. 군의 정치개입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이제 일부 요원들이 정치 관련 글을, 그것도 야당에게 불리한 글을 올린 사실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이제 관건은 조직적으로 행해졌는지, 만약 그렇다면 누가 지시했는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정말 놓쳐서는 안될 것이 있다. 끝내 진실은 밝혀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은밀하게 했던 일을 설마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하는 식의 안이한 접근으로는 더 큰 파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보라. 처음엔 인권 유린이니 하면서 본질을 흐리다가 점점 그 실체가 드러나자 이를 덮기 위해 얼마나 많은 소모적인 혼란과 정쟁이 있었던가. 결국 그 부담은 박근혜정부에 있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8개월 동안 뒷 사건이 앞 사건을 밀어내면서 마치 도미노처럼 빅 이슈의 연속이지 않았던가. 그러는 사이 국정혁신의 동력은 소진되고 정치권은 난타전으로 엉망이 돼버렸다. 국정원이 정치의 중심에 서는가 하면 검찰마저 외풍에 흔들리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누구를 위해서 이런 일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군 당국도 마찬가지다. 정말 개인적으로 댓글작업을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엄정하게 수사해 국민 앞에 그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 잘 못한 것이 있다면 머리 숙여 사죄하고 그 지휘라인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면 된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조치를 강구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남북이 군사적 대치를 하는 현실에서, 더욱이 북한의 사이버 공격능력이 생각보다 높은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면 이미 남북의 사이버 전쟁에서 우리는 승산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 안보에 이보다 더 큰 손실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군 당국은 설사 유능한 요원들과 훌륭한 지휘관을 몇 잃는다 하더라도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신뢰만큼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사수해야 할 것이 바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은 정말 금물이다. 앞으로 야권은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수사까지 요구할 태세이다. 만일 군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상황이 드러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은폐하려 했다면 그 파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다. 국정원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입을 틀어막는다고 침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직 진실과 정직만이 사건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국정원의 댓글 사건, 부디 군 당국은 여기서 큰 교훈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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