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 21세기한국연구소장

박근혜 대통령과 10월30일 화성갑 보궐선거에 공천된 서청원 새누리당 상임고문과의 관계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 다름 아닌 서청원 후보이기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서청원 후보의 공천을 원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렁에게 어떻게 해서 이런 동지가 생겼을까? 여기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정치적인 아픔과 상처들이 개입되어 있다. 당을 떠났던 박근혜 대통령은 서청원 후보를 만났고, 서청원 후보는 ‘친박연대’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박 대통령을 엄호했던 게릴라부대의 대장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박 대통령으로서는 서청원 후보에게 마음의 빚이 남아있다.

이를 토대로 ‘큰 꿈’의 스토리가 오갔을 수도 있다. 필자는 스토리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을 살리는 것이라고 본다. 이 일은 서청원 후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꿈은 그 자체로는 하나의 이상에 가깝다. 거기에 유권자의 힘과 하늘의 뜻이 추가될 때라야만, 비로소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꿈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서청원 후보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꿈을 실현하는 순서는 일단 정치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23일 낸 성명에 의하면, “지난 대선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된다’며, 지난 대선의 불공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선거무표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애기했다. 이것은 여야 정치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당권을 서청원 후보에게 맡길 생각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공천권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한다. 공천권을 통해서 박근헤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잔뜩 심어놓는 일을 말한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가 같은 당 같은 계보 출신이라면, 내년 지방선거와 20대 총선에서 그만큼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는 같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새누리당 내부의 젊은 의원들과도 갈등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체제의 정당성을 높이는 고도의 정책기능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거대한 SRX 프로젝트에 서청원 당선자를 참여시킬 수도 있다. 이런 암묵적인 대화와 부탁은 오늘의 정치문화에서도 여전히 가능하다. 그것도 믿을 수 있는 동지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는 쉽게 오간다.

다음은 화성갑 지역구에 가본다. 당초 ‘큰 표차’로 서청원 후보가 당선이 유력시되던 이 지역의 보궐선거는 이제 10% 안팎으로 좁혀졌다. 서 후보 아들의 부정특채 의혹, 며느리의 부정입학 의혹 등 민주당 측의 ‘네거티브 공세’가 실효를 거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서 후보 측에서는 “적극 투표층에서 여전히 지지율 격차가 크다. 판세 변화는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사전투표’의 위력, 아직은 가능성이 낮은 ‘야당 후보 단일화’ 변수도 여전히 남아있다.

만약 서청원 후보가 당선된다면, 서청원 당선자는 결코 평범한 국회의원 노릇만 할 수는 없다. 박근혜의 꿈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선거과정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잘 안다. 지금까지는 정당의 힘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깊은 바닥 민심이 드러난다면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지금 시점에서 인정해야 한다. 이런 정당의 힘과 지역일꾼론이 경쟁하는 선거구도일 때, 그때 우리는 천심의 미묘한 작용을 읽어야 한다. 천심은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야만 길은 열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보궐정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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