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박근혜 정부 출범 8개월째,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권력관계의 핵심 기조는 ‘강대강’ 대치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관계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설 정도로 이미 강대강 대치가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고, 사안마다 사사건건 대치와 충돌의 반복이다. 안타까운 것은 여야 관계만이 아니라 국정현안과 관련해서도 강대강 대치가 거의 전면화 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은 이미 물리적 충돌까지 간 상태다. 전교조와 정부도 대충돌을 예고해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후속조치도 더 강경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가장 뜨거운 정국현안인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더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라는 점이다.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 팀장이 전격 배제된 자리는 이정회 수원지검 형사1부장이 꿰찼다. 그 역시 공안통 검사다. 윤석열 사태 이후에도 정부는 더 강하게 나가겠다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이 제대로 진실을 드러낼지 우려될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김진태 전 대검차장을 내정했다. 검찰조직의 안정과 인사 풀을 감안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이 따라다닌다. 청와대의 검찰조직 장악으로 풀이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강수를 둔 것이다. 물론 국정개혁 국면에서 검찰총장과 새 정부의 코드가 맞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김진태 내정자가 적임자로 판단됐다면 다른 도덕성 문제가 없을 경우 굳이 탓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김진태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김진태 내정자에게 묵직한 칼을 쥐어줬을 때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가 관건이다. 국정개혁 국면에서 총체적인 사정정국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입맛에 맞는 메뉴만 골라서 맞춤형 사정정국을 주도할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전자의 경우라면 제대로 된 인물을 골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검찰이 풀어야 할 난제는 첩첩산중이요,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 가운데 부패·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완수할 수 있다면 김진태 내정자는 물론 검찰,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에게도 좋은 일이다. 당연히 국민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 반대로 청와대 지시에 따라 정무형 또는 맞춤형 검찰수사로 나아간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당장은 칼춤을 추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손볼 사람들을 손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검유착’에 따른 검찰조직의 불신과 여론의 역풍, 더 나아가 법치의 붕괴는 그대로 박근혜 정부를 강타할 것이다.

따라서 김진태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서 검찰총장에 임명되는 순간 그의 손에는 ‘양날의 칼’이 쥐어지는 셈이다. 제대로 칼날을 겨눈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검찰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것이요, 그렇지 못한다면 그 칼을 국민들이 쥐고 검찰을 향해 겨눌 수도 있을 것이다. 검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첫 시험대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물이다. 마침 이정회 새 팀장이 임명됐다. 이것도 강수를 둔 것이다. 전반적인 강대강 기조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과연 국정원을 엄호하며 물타기에 나설지 아니면 독 사과를 잘라 낼 것인지, 강수의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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