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투자는 경제의 밑바탕…10만㎞ 도로 더 필요해”



“정부의 SOC 투자 감소와 이에 따른 수주난, 대형ㆍ중소 및 서울ㆍ지방건설업계의 양극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토목건설업계가 올해 새로운 터전을 닦고 재도약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회원수 2만2천여명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학회인 대한토목학회를 이끄는 박창호 회장은 오금동 토목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힘을 주어 이처럼 강조했다.
토목인의 집합체인 토목학회의 수장을 지난해 38대에 이어 39대를 연임하고 있는 박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산적한 건설현안 해결에 학회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와 국제교통안전학회 고문, BK21 사회기반 및 건설기술 인력양성사업단장을 역임하고 있다.


◆ 학회장 연임을 축하드립니다. 연임에 대한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내 최대의 토목학회장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임하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토목공학의 발전과 토목기술자의 지위향상, 토목기술의 연구와 지도, 토목정책에 대한 조사와 건의, 정부 및 기타 공공단체가 행하는 토목사업에 대한 기술협조, 기술자간의 상호친목 및 협조 등 학회가 해나가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1년의 임기만으로는 단기간에 쏟아부을 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연임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 어떻게 보면 재신임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학회 정관상 회장 임기를 1년으로 못박고 있지만 연임에 대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연임을 통해 재신임을 받는 형식이 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이 재신임을 해준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그만큼 학회를 위해 헌신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회에 대한 소개 한말씀 부탁합니다.
학회의 모체는 1945년 10월에 결성된 조선토목기술협회이며, 1951년 12월23일에 피난지인 부산에서 토목인들이 다시 결속하여 토목기술자의 유일한 단체로서 대한토목학회를 설립하고 현재에 이르러 토목공학의 발전과 토목기술의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술단체임과 동시에 토목인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으로, 현재 2만2천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학회입니다.

◆ 전임기에 비추어 새로운 임기를 맞아 구상 중이신 학회 계획은 무엇입니까?
토목업계는 현재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습니다. 정부의 SOC투자 감소와 이에 따른 수주난, 대형ㆍ중소 및 서울ㆍ지방건설업계의 양극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학회에서는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한편, 건설침체를 벗어나 경기 활성화가 이뤄지도록 정부 정책에 건의와 자문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 타개를 위한 연구와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위기상황이 새로운 터전을 닦고 재도약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해외시장 진출방안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인가요?
현재 학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도로공사 등과 함께 베트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 하노이를 중심으로한 총연장 1,800㎞의 도로사업을 준비 중이며, 늦어도 11월까지는 양국간에 협의가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최적지가 베트남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본은 20억달러 이상의 ODA를 베트남에 쏟아붓고 있으며, 주요 철도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우리가 베트남 도로사업을 획득한다면 유관산업까지 아우를 수 있어 베트남 시장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봅니다. 또한 건설을 통한 국제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부가적인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정부의 SOC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시대적인 변화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도로망의 경우에는 총연장 10만㎞에 이르는데, 학회에서는 앞으로 그만큼을 더해 총 20만㎞의 도로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120만㎞의 도로망을 갖추고 있습니다. 도로 뿐 아니라 SOC에 대한 투자는 경제의 밑바탕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 토목산업 발전을 위한 학회의 기대역할은 무엇입니까?
토목학회는 단순히 학술할동만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건설협회나 건설단체총연합회, 엔지니어링협회, 전문건설협회 등 건설관련 단체들은 많지만 제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학회가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기술집약산업인 토목건설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BK21 1단계 사업에서는 정식분야가 아닌 기타분야로 분류되기도 했고, 학회의 연구 노력 등으로 2단계에서야 정식으로 과학기술분야로 인정받았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가는 것도 학회가 해야할 주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회가 기술용역에 참여할 수는 없는지?
학회가 기술용역에 참여하는 것에는 부정적입니다. 지금처럼 진단검증의 업무가 적합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R&D사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규정으로는 박사급 연구원이 상근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지만, 정부가 비상근의 예외규정을 둠으로써 박사급 회원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 건설업계의 자정활동과 효과는 어쩌합니까?
과거 건설사가 비자금 조성의 창구가 되어 국민적 질타와 오해를 받아온 것은 사실이며, 이에 따라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져 많이 개선돼 왔습니다. 다만 수주 자체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관련규정 등의 개선 여지는 아직도 많다고 봅니다.

◆ 여러개의 분과위원회를 통해 학술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31개의 회무분과위원회와 15개의 전문분과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무분과는 학회 운영과 서무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전문분과에서 강구조나 도로, 철도, 터널 등 토목전문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행정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해짐에 따라 국토도시위원회 설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 오는 3월 30일에 10번째를 맞는 토목의날 행사가 계획돼 있습니다. 주요 행사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도 행사를 위해 준비위원회가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토목공학 발전에 기여해온 공로자에 대한 시상과 함께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남북관계에 따른 건설시장에 대한 특별강연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충분한 준비를 거쳐 토목인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습니다.

◆ 우리나라 토목공학의 세계 속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국내 토목공학의 위상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목공학을 CE(Civil Engineering)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CEE(Civil & Environment Engineering)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반증이지요. 우리 토목업계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가고 있습니다.

◆ 매년 학술대회를 지방을 돌면서 개최하던데?
지난해 광주에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올해에는 대구에서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처럼 학술대회를 지방을 돌면서 순회하는 것은 서울 중심의 체계를 지방으로 분산하고 하는 의미와 함께 학회의 전국화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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