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화려한 세일즈 외교와 대조적인 영역, 그것은 다름 아닌 국내 정치, 즉 한국정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 두 영역은 반드시 부드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국내 정치에서의 확고한 지지와 자발적인 동의가 전제되지 않는 외교적 성과는 공허하다.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우리 민주주의 체제에 위해를 가한 훼손 사건으로, 처음에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은 대통령이 확실하게 막음하지 않음으로써 계속 확대되었다. 안철수 의원이 처음 제기한 특검제에 첫날에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민주당이 다음날부터는 이를 적극 수용하고, 이제는 더욱 앞서서 움직인다. 12일 야권 연석회의에는 민주당, 정의당, 안철수 의원, 시민사회단체, 종교계까지 포함해 특검제 등 몇 가지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 의혹을 두고 이어지는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10월23일 JTBC는 리얼미터에 의뢰해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은 56.5%나 되었다. 지금은 더욱더 늘어났을 것이다.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지금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다. 반면에 한국의 보수세력은 현재의 한국사회를 좌파를 물리쳐야 하는 이데올로기 사회로 이해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할 말은 있었다. 자신이 지시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말이다. 이제 이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행정부의 총책임자가 건재한데,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를 피할 수는 없다.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재 박대통령의 권위주의에 대한 경도와 정보의 독점적 관리체계를 깊이 우려한다. 권위주의화의 위험성은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의 출범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지적된다. 이때부터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 ‘통합’을 강조하는 선거운동을 전개하였고, 필자는 당시 그의 참모로부터 당선되면 반드시 인사 탕평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언급을 듣기도 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과정에서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아울러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들과 격려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홀로 고독하게 그러나 힘있게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다. 유권자이고, 국민이다. 어떤 경우에도 이 점은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민주선거에 의해 뽑힌 대통령으로서 취해야 할 태도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문제이다. 민생과 민주주의는 함께 가야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민생의 역사가 민주주의 역사보다도 길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는 수많은 국민들이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이 들고, 여러 의견들 가운데 하나의 정책으로 타협하고 협상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정책이다.

대선 이후의 시점은 여와 야의 정쟁은 그치고 ‘위대한 휴전’을 보낼 시점이었다. 협상과 타협안이 통과되어야 할 시점이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국가기관 선거개입 문제가 불거졌고, 여와 야의 휴전기간은 지나가고 말았다. 필자는 지금에라도 먼저 대통령이 결단하고, 각각 여와 야에서 5명씩을 뽑고, 그들에게 정국의 해법을 찾으라고 회의를 열어 주기를 바란다. 지금은 한 사람의 결단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국정의 중요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될 것인지, 아니면 권위주의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될 것인지의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