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미향과 윤주경 두 의원...같은 생각 다른 길
2020-09-17 최종걸 주필
국민의힘 당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주경 의원이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와 관련 질의를 했다고 한다. 추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를 여당이 안중근 의사에 비유한 데 대해 ‘너무나 참담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럴 수도 있다. 독립운동을 위해 수류탄을 감추고 일본군 파견군 대장을 폭사시킨 할아버지와 같은 독립운동가인 안중군 장군에 비하면 나약한 몸 때문에 귀대 일정을 미뤄서 휴가를 연장한 것을 두고 비유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안중근 의사의 이름이 가볍게 언급되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정말 끝까지 하지 않으려고 했던 질의를 이 자리에서 참담한 마음으로 하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서 씨 관련 질의를 하면서 나온 말이다.
독립운동사를 보다 보면 윤봉길 안중근 의사처럼 최전선에서 중국군 수백만 명도 못 할 전과를 올린 운동가도 있었지만, 이들이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논과 밭을 팔고, 사찰의 논과 밭을 팔고, 웃음을 팔아 지원했던 백성도 있었다. 다 같은 마음으로 독립운동에 함께 했다. 특히 여성으로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이들의 눈물겨운 사연도 많다. 윤봉길 의사처럼 홀연히 독립운동 길에 나서자 가장이 떠난 집을 챙겨야 하는 여성의 몫은 독립운동보다 가혹한 삶이었다. 그 역시 독립운동을 위한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가장이 떠난 식솔들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대장도 갓 입대한 훈련병도 군인이다. 때문에 안중근 장군도 윤봉길 의사도 서 씨도 시대를 달리했지만 다 같은 군인이었다. 영화 밀정에 독립운동가들과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부역한 순사들이 적나라하게 대비된다. 그 영화를 통해 윤주경 할아버지인 윤봉길 의사가 어떠했을까 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가슴을 저미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거기까지였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다시 보지 말아야 했다. 독립운동가들을 토벌하기 위해 일본에 부역한 밀정과 그 토벌대 전신들의 뿌리나 다름없는 당에 합류해서 대한민국 국군을 힐난하는 모습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밖에 볼 수 없다.
또 하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역시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윤미향 의원이다. 윤의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의 위안부로 피해를 봤던 할머니들을 위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출신이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로 영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간사로 합류해서 피해를 본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헌신했던 그도 결국 회계부정의 덫에 걸려 당직과 당권이 정지됐다.
같은 길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의원이다. 망국의 후유증이 1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 후유증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없고 네 편과 내 편만 있다. 적어도 국가의 공동체 일원이라는 생각이 있다면 공동체를 위한 가치를 훼손하는 일에 나서지 말아야 할 책무가 국회의원에게는 있다. 그들은 국민을 대신해 법을 만들고 법을 수정하는 절대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두 의원 모두 일제 강점기 시절의 인연으로 비례대표 의원으로 발탁됐지만, 야당과 여당이라는 다른 길에서 보이는 행보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