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지금 철도노조(위원장 김명환)는 파업 중이다. 지난 25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과 몇명의 동료들이 종로에 있는 조계종 본사로 진입하였다. 지금 경찰들은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조계종도 이들을 ‘내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 철도교통의 실 수요자들인 시민들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민영화 반대 파업, 경찰의 체포 시도와 실패, 노조 지도자들의 ‘소도(蘇塗)’로의 피신을 보고 있다. 현재의 노정(勞政) 당국은 시민들의 인내의 범위 안에서 조속히 움직여 주기를 바란다.

사실 코레일은 부채가 17조 6000억원이나 되는 엄청난 부채 공기업이다. 코레일은 올해 영업적자를 25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열차운행체계 최적화’를 통해서 700억원을 절감해 18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코레일의 최연혜 사장은 “2015년까지 부채 200% 감축, 영업흑자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철도노조원들의 ‘민영화 반대’ 파업과 이들에 대한 경찰의 민주노총 사무실 진입과정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소통과 신뢰의 부재현상을 겪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의 시급한 과제는 파업을 어떻게 풀 것인가를 논의하면서, 동시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소통과 신뢰의 부족 문제를 동시에 풀지 않으면 안된다.

‘신뢰의 결핍’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를 묻는다. 신뢰의 부족은 ‘복지 지향적 시장사회’가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음을 실감 있게 증언하고 있다. 시장은 신뢰를 기초로 해서 발전한다. 이것은 시장 대신에 복잡한 인간관계, 특히 수직적인 부패문화가 채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무역대국의 측면과 시장의 미흡한 발전, 즉 부패사회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한편 필자는 소통이 없으면 공동체도 없다는 정의을 거듭 확인한다. 한국의 소통문제 가운데서도 특히 수평적인 소통의 필요성을 특별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수직적인 사회에 가까웠다. 최근에는 수평적인 소통의 비중이 그만큼 커진 사회에 살고 있기는 하다. 수평적인 소통 가운데 많은 부분은 ‘친구문화’의 확산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지향하는 만큼 ‘정통성’을 인정받는다. 한국의 철도노조는 오랜 동안 민영화 반대투쟁을 해왔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이기도 하다. 지금 철도 노정의 문제는 둘 사이의 관계가 신뢰 부족 때문에 대화도 되지 않고, 쉽게 해결을 모색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것을 철도에 관한 ‘노정 딜레마’라고 부를 수 있다. 노정 딜레마의 핵심은 각자의 개인 플레이다.

노사관계를 넘어 노정문제가 되었을 때, 모든 정당은 이 문제에 관한 해법을 내어 놓아야 한다. 그 해결방식은 집권세력 핵심의 생각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순서에 맞도록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노정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영화 문제’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내어 놓아야 한다. 진지하고 인내력 있게 대화를 나누면서, 파업의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노정 간의 대화에는 신뢰가 있는 중재자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철도노조의 심각한 격정이 어떻게 없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풀려야 한다.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의 경우 공기업 내부의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하려는 정부 계획은 한-미 FTA, 한-유럽 FTA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것은 민주당의 ‘민영화 방지법’에 대해 “한-미 FTA 위반”이라며 내놓은 교통부의 방침 역시 FTA들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가장 먼저 내놓아야 한다.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신당은 이 문제에 대한 믿을 수 있고, 신속한 해결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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