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CEO로 변신한 기자"

▲ 서경택 하누채 대표
[일간투데이 정재우 기자] 최근 외식업계 CEO로 변신한 '하누채' 서경택 대표의 이색적인 경력이 화제다.

서 대표는 1999년, 18년을 근무하던 경향신문사를 떠나 자매지였던 레이디경향의 아웃소싱 업체를 10여 년에 걸쳐 운영하며 흔히 일컫는 종이 밥을 먹는 기자로 살다 외식업계로 뛰어든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변신은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전언이다. 언론을 떠나며 어렵게 외식업계에 도전장을 낸 그의 시도는 5년 넘게 아일랜드 유학길에 올라 어렵게 중·고교를 보내고 현지의 명문 대학에 입학했던 두 딸의 갑작스런 귀국 결정으로 이어졌다.

기자와 만난 서 대표는 "눈물을 보이던 아이들을 지켜봐야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가족에게 조차 말하지 못했던 가슴앓이는 새로운 도전과 맞서 싸웠던 치열한 삶의 여정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원동력이었다.

그는 "디지털로 전환되며 아날로그 잡지 등 종이 매체의 위기가 심화됐다"며 "잡지의 지면 광고가 줄면서 운영의 어려움이 커져 유지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서 대표가 평소 관심있었던 외식업에 도전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경험 없는 도전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빚을 얻어 시작한 스무평 남짓한 식당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년여 새벽까지 이어지는 홀서비스와 설겆이, 걸레질 등 온갖 허드렛일을 그의 몫으로 남겼다. 주방을 맡은 직원이 갑자기 나오지 않으면 가게 문을 열지 못해 마음을 졸이는 등 마음 상하는 일도 겪어야 했다.

외식업 창업 초창기 2년의 시간을 보내며 서 대표는 '스무평 장사'는 더는 안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고 한다. 수익의 한계를 몸소 경험했던 이유도 한몫 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하누채' 압구정점은 서경택 대표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나주가'에 이은 두번째 외식전문점으로 숙성 한우에 와인을 곁들인 한식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지역 상권에서 이미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며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나주가'를 1년 반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딩한 '하누채'의 출발 또한 우여곡절이 많았다.

병원이 많은 지역 상권은 대부분 내부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퇴근과 함께 상권을 떠나는 보수적인 고객층으로 인해 단골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 따랐다. 오픈 후 적자도 이어졌다.

"고객을 속이면 안된다." 서경택 대표의 말이다. 하누채는 100% 숯을 사용해 고기를 굽고 있다. 일산화탄소 배출로 세간의 우려를 낳았던 구멍난 숯을 사용하지 않는다.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식탁에 올리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서 대표는 "정갈한 한정식의 질감을 담아내기 좋은 식기 선택과 양질의 국내산 한우 등 재료 확보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식감이 부드러운 육질을 확보하기 위해 10일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맛'이 경쟁력이라는 서 대표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하누채가 지키고 있는 이같은 운영 방침은 고객들의 호응과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며 보수적이었던 상권에서 내방객들이 늘어나며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서 대표는 "맛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고자 했던 생각은 하누채를 통해 외식업의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하누채는 현재 외식업계에서의 그의 성공적인 변모를 지켜보던 이들로부터 가맹점 개설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 대표는 "하누채의 프랜차이즈 전개가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고객에게 신뢰를 전하는 책임경영을 누구보다 먼저 실천하며, 성공한 CEO를 섣불리 꿈꾸지 않는 그의 변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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