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전문성·인맥 동원해 과징금 취소시켜"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서 기업들이 선택한 무기는 무엇일까.

대형 로펌은 승리 비결 중 하나다. 기업들은 공정위 고위직 출신 변호사와 고문이 포진한 로펌의 힘을 빌려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 과징금 취소소송 이면에도 로펌이 있었다.

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상대 과징금 소송에서 판결을 받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사 21곳 가운데 20곳이 이른바 '6대 로펌'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택한 회사가 9곳으로 가장 많았다. 법무법인 태평양(5곳), 광장(4곳), 율촌(2곳), 세종(1곳)이 뒤를 이었다. 일부 회사는 로펌을 중복 선임하기도 했다.

소송에서 이겨 과징금이 취소된 회사 7곳 모두가 이들 대형 로펌의 조력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대기업 측이 선임계를 낸 변호사 중에는 공정위 고위직 출신 인사와 전·현직 자문위원이 즐비했다. 공정위와 인연이 없는 변호사로만 대리인단을 꾸린 회사는 5곳에 불과했다.

대리인단에는 주로 공정위 경쟁정책 자문위원, 가맹유통정책 자문위원, 규제개혁심의회 위원 등이 많았다.

로펌에서 공정위 간부로, 다시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회전문' 변호사, 공정위에서 요직을 거치고 '제1회 바람직한 공정인상'을 수상한 적 있는 유명 변호사도 있었다.

이밖에 공정위 부위원장, 사무처장, 독점·경쟁국장 등을 역임한 퇴직 공무원들이 로펌에서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선임계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공정위 상대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훈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는 "현직 자문위원 등이 공정위 상대 소송을 대리하는 것 자체가 수임 제한 규정이나 변호사 윤리에 반하는 행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다만 개별 사안에서 공정위 내부 정보를 유출한다든지 하는 비위 행위가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정위는 대기업이 제기한 과징금 소송에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를 앞세워 대조됐다.

법무법인 지평지성과 KCL을 비롯해 한별, 다담, 이공, 세아, 강호, 민주 등 선임한 로펌이 비교적 다양했다.

공정위는 소송 비용 부담 때문에 대형 로펌을 선임하기 어렵다. 기업 자문·송무를 두루 맡은 대형 로펌도 '쌍방 대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공정위 측에 서기를 꺼리는 편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대기업들은 법정에서 로펌의 막강한 전문성과 인맥을 동원한다"며 "공정위가 대규모 과징금 소송에서 기업들에 자꾸 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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