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출구전략 본격화하면 신흥국 위기 뇌관 될 것"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도 기업 등 비금융사의 회사채 시장의 위기 조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미 필라델피아에서 3~5일 열리는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 연준이 출구전략에 들어가면 신흥국 비금융기업의 회사채가 올해 이들 국가의 뇌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5월 미국과 유럽 이외 인사로는 처음으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의 금융시장에 대해 "해외 투자가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고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제도인 '거시 건전성 3종 세트' 도입으로 환율·은행 부문 등이 상당히 안정돼 있다"면서도 "선진국의 유동성 회수가 본격화하면 비금융사의 회사채 부문에서 불안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2010년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제2단계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자금이 기존의 은행 대출에서 회사채 등 채무증권 시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등 신흥국 비금융사들이 싼 금리를 찾아 해외에서 막대한 규모의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해 국내 자산에 투자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신흥국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연준의 출구전략으로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면 통화가치 하락으로 비금융회사의 해외 채무도 늘어난다"며 "이들 신흥국 비금융사의 국내 자산 가격과 대외 부채 간의 '통화 미스매치' 현상이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우려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더구나 헤징을 하지 않은 신흥국 기업들이 유동성 해소를 위해 달러를 더 사들이면서 통화 가치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특히 터키가 가장 위험하고 경상수지 적자국들도 위기에 취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에는 은행이 아닌 블랙록, 뱅가드, 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신흥국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며 “지난해 중순 일부 신흥국에서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난 것도 이들 자산운용사들이 자금을 빼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신흥국이 과거와 같은 금융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달러가 부족한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신흥국 경기가 둔화되고 세계경제에도 연쇄작용을 몰고 오는 방식으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유럽 위기에 대해서는 “남유럽의 정치 위기, 은행건전성 강화를 위한 자산 재평가가 우려 요인”이라고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아베노믹스에 대해 “통화ㆍ재정 등 양적완화 정책은 성공적”이라면서도 “3번째 화살인 구조개혁, 소비세 인상 안착이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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