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장·행장은 유임 가능성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 KB금융 경영진 일괄 사의

NH농협금융도 대폭 물갈이 예상

연이은 사고에 KB금융의 경영진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KB금융 집행임원 전원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을 포함해 은행과 카드 임원들이 일괄 사퇴하

기로 한 것은 이번 정보유출 사태의 관리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엄벌의지를 밝히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자 결국 손을 든 셈이다. 퇴근길에 만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거취 관련 질문에 "거취표명을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일단 사태 수습에 전

념하겠다"면서 "책임소재를 선별적으로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이 자진사퇴를 선택한 NH농협금융도 물갈이 폭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카드 역시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문책성 인사가 예

상된다. 직원이 카드사 고객정보를 탈취한 코리아크레디트뷰로(KCB)도 임원진 모두가 이날 사퇴서를 제출했다.

◇관리책임 못 피해=KB금융 부사장 이하 모든 집행임원 10명과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 이하 임원 8명, 국민카드 심재오 사장 이하 임원 9명이 사표를 냈다. 모두 27명이

다. KB금융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일괄 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이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방문 수행을 마치고 급거 귀국해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나빠진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박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괄 사표를 받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KB금융 지주·은행·카드사 임원들의 사표 수리 여부는 사태를 어느 정도 수습하고 원인과 책임소재가 가려지는 대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은 "사태 수습에 우선 주력하고 고객 피해가 없도록 재발 방지책을 세우겠다"며 "유출 정보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 2차 피해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선별 사퇴 이뤄질 듯=27명의 임원들이 사퇴서는 일괄 제출했지만 실제 폭은 '선별사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도 "책임소재를 선별적으로 가려내겠다"고 말했다.

당국 안팎에서도 카드사 관련 임원과 은행 임원 몇 명 수준에서 이번 일괄 사의 사태가 정리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뒷수습을 해야 하는 탓이다.

먼저 정보유출의 진원지인 국민카드 심 사장의 경우 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000만건이 넘는 정보가 유출돼 가장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발생했던 일이라고 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건호 행장은 지난해 도쿄지점 비자금 사건, 국민주택기금채권 위조·횡령 사건에 이어 계열사인 국민카드와 연계된 정보유출까지 겹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행장 취임 전 은행의 리스크 관리 담당을 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줄곧 관리책임 부분이 거론돼왔다.

카드담당 분사장의 사퇴 수준으로 막은 NH농협금융은 KB의 전원사퇴 방침으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최소 카드 관련 임직원들과 은행 차원에서의 추가 사퇴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카드도 박상훈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9명 전원, KCB도 김상득 대표를 포함한 임원 전원이 여론의 부담과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전원 사퇴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박 사장과 상무이사 2명, 이사 6명이 사의를 표명했으며 조만간 이사회 등 관련 절차에 따라 거취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2009년 2월부터 6년째 롯데카드 대표를 맡고 있다. 박 사장은 이번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어 어떤 형태로든 사퇴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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