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6개월 만에 40억 달러 차익 남겨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KKR이 오비맥주를 매각하자 국세청이 거액의 세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KKR이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이 돼 있는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우회 투자하는 방식을 썼지만 실질 과세 원칙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23일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KKR이 벨기에의 AB인베브에 오비맥주 지분을 넘기면서 받을 금액은 58억 달러(약 6조2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KKR이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18억 달러에 샀던 걸 감안하면 4년6개월 만에 40억 달러의 차익을 남기게 된 셈이다.

문제는 세금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KKR이 지분 매각으로 거둬들인 차익의 20%, 혹은 매각대금의 10% 중 적은 금액을 과세하게 돼 있다. 이대로라면 KKR은 매각 대금의 10%인 5억8000만 달러(약 6206억원)의 세금을 물게 된다. 국세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대금에서 원천징수했던 3916억원을 뛰어넘는, 외국계 펀드에 물린 세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KKR 같은 유명 사모펀드들은 세법상의 허점을 노린 절세 수법이 탁월하다. KKR도 다양한 절세 장치를 이미 갖췄다. 오비맥주를 지배하는 몰트홀딩의 지분 100%를 네덜란드에 있는 ‘SHCO’라는 페이퍼컴퍼니가 소유하고 있다. 이 페이퍼컴퍼니를 KKR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라는 2개의 사모펀드(PEF)가 다시 지배하는 형태다.

KKR은 오비맥주의 실질적인 주인인 SHCO가 위치한 네덜란드가 한국과 이중과세 방지협정이 체결돼 있는 만큼 한국에는 과세권이 없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즉 오비맥주와 KKR 사이에 존재하는 회사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도관(導管)회사(conduit company)에 불과한 만큼 실질 귀속자인 KKR과 AEP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KR과 AEP가 위치한 케이맨 제도는 조세피난처로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들이 통상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이 체결된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한국에 과세권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 경우도) 원칙에 따라 과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일 KKR이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 외국에서도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세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세청은 몰트홀딩이 오비맥주로부터 챙겨간 7100억원의 배당금에 대해 1557억원의 배당소득세를 내라고 통지했다. 이에 대해 KKR은 국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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