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권유에 사용 때만 단속… 다른 금융 거래엔 눈감아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정부가 24일 개인정보의 불법유통 시장을 근절하는 조치를 발표했으나, 또 한번 맹탕 대책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날 오전 부랴부랴 관계부처 차관들을 불러 모아 반나절 만에 조치를 마련하다 보니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날 정부는 금융회사의 전화, 단문메시지서비스(SMS), 이메일, 텔레마케팅 등을 통한 대출 권유ㆍ모집 행위를 발표당일부터 3월말까지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개인신용정보의 불법 유통ㆍ활용 차단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조치에는 불법정보 유통 및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무기한 집중 단속에 돌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회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주재로 국무총리실, 법무부,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금융감독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감시가 강화되는 비대면 금융거래는 대출에만 국한된다. 이밖에 각종 금융상품 권유나 보험상품 가입 등은 지금처럼 영업에 제한 없다. 불법 유출돼 이미 시중에 나도는 개인금융정보는 대출뿐 아니라 예금 및 보험상품 추천 등에 모두 오용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출만이 문제다'는 식의 협소한 문제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합동단속 역시 대출업무를 취급하는 미등록 대부업체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점에서도 대출모집인이나 대부업체만 불법정보를 사용한다는 부정확한 사태인식이 드러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인정보 누출 수사 중 유출정보 중 일부를 대출모집인들이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우선 대출과정에서 불법으로 수집된 정보를 활용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개인금융정보는 정보통신 유통 요식 게임 대리운전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중요정보로 구입을 원하는 대상이 무궁무진한데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의 확산가능성에 대비하기 보다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 추적해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당국의 조급증이 허술한 대책의 원인으로 보인다.

더욱이 검ㆍ경 집중단속 등도 잠시 동안 불법 유통시장을 잠잠하게 할 뿐 원천 차단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불법정보 유출 시장 규모나 수요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요란하게 엄포부터 놨으니, 개인정보 밀매 관련자들이 당분간 움직이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대포통장과 대포전화 등을 통해 수요자와 판매자간 1대1 거래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비대면 대출 전면 중지 역시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20만명의 대출모집인의 생계만 위협할 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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