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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최진실을 떠나게 했나영화평론가 김두호 '인터뷰365' 발행인
   
▲ 김두호 인터뷰365 발행인/영화평론가

아름답고 귀엽던 연기자 최진실이 스스로 세상을 저버리자 팬들의 분노가 한때 인터넷 악플 쪽으로 쏠린 적이 있다. 탤런트 안재환 자살 사건 배후에 그녀의 사채놀이가 연관된 듯한 유언비어가 나돌았고, 그 소문과 악플에 시달리다 그녀가 결국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 분노의 주류를 이뤘다. 그동안 연예인의 자살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악플이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은 곧잘 회자됐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이제 인터넷 문화에서 악플은 또 한번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책임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인터넷 댓글들만 무조건 몰매를 맞기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인터넷에서 나돌아 다니는 정체불명의 소문이나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종이활자로 끄집어 올려 때로는 더 자극적이고 더 과장되게 나팔을 불어대는 오프라인 매체들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여서다.

그러나 지금 누가 그 화려했던 톱스타를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으로 변하게 했는가에 대한 질문은 참으로 생각 없고 황망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나온 물음에 불과하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배경 설명을 해도 유서가 없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었다면 누구도 진실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 다만 그의 짧은 일생을 통해 돌이켜 보면 그는 우리 연예인 사회에서 대표적인 악성 루머의 희생자였다.

그 가냘프고 자그마한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독한 소문에 시달린 것이 자살 직전까지 세 차례나 됐다. 그녀를 뒷바라지 해준 매니저가 운전기사에게 살해되었을 때도 온갖 소문들이 그녀를 질식케 했다. 다행히 당시는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이 안 된 시대여서 악플은 없었지만 한동안 그녀는 심리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죽고 싶어요. 별별 소문이 다 나돌아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을 꼭 영화처럼 만들어서 퍼뜨리고 있어요. 왜 멀쩡하게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지 몰라요.” 첫 소문에 시달리던 어느 해 행사장에서 만난 최진실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밝고 명랑했다. 좀처럼, 쉽게 누구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 항상 말을 할 때 크게 웃거나 미소를 잃지 않아 설령 무슨 고민이 있다 해도 심각하게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당시에도 남몰래 형편없는 루머에 시달리며 태연하려 애썼지만 가슴 속에는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었을 것도 같다.

두 번째는, 남편과 별거에 들어가 이혼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감정이 대립되는 가운데 나돌았던 온갖 추측과 억측이다. 생부가 있지만 한 번도 아버지로 부르지도 못하고 어릴 때부터 헤어져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지만 탤런트가 된 남동생 최진영과 씩씩하고 밝게 성장해 1990년대는 영화와 TV에서 정상의 연기자로 인기를 누렸던 최진실은 고약한 풍문과 낭설을 잘 이겨냈다.

정이 유달리 많고 선후배의 경조사를 잘 챙기기로 소문났던 따뜻한 마음씨의 그녀는 세 번째 소문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서럽게 눈을 감은 모양이다. 별 것도 아닌 소문 같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같았고 그나마 한 가닥 남아있던 삶의 의지마저 짓밟은 죽음의 밧줄로 작용한 것이다. 한층 마음 아픈 일은 어머니와 사랑하는 두 자식까지 버리고 떠날 만큼 그렇게 힘들었던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30년이 넘게 기자생활을 활자매체인 종이신문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종이신문을 떠나 온라인 전문매체인 인터뷰365을 시작했다. 많은 취재원을 접하며 난감하고 힘든 경우는 주로 종이신문을 접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아직도 인터넷 문화를 신뢰하지 않고 미덥지 않게 여기는 시선을 접할 때다. 불신의 벽이 높은 배경은 아직 순기능 문화가 역기능 문화를 덮어버리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싫든 좋든 이제 우리는 인터넷 사회와 공존해야 한다. 거짓보다 진실이 힘을 얻고 통하는 문화가 온라인 세상에 조속히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두호 인터뷰365 발행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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