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 (주)한맥기술 회장

우리나라 건설공사에서 감리는 오랜 기간을 설계도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국한되어 왔다.

이러한 감리가 현재와 같이 업무의 범위를 품질 및 시공관리, 설계검토, 공정관리, 기성관리, 안전 및 환경관리, 발주청의 감독권한 대행 등으로 확대하고 그 권한과 책임, 법적 지위도 종래의 감독자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업무영역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87년에 제정된 건설기술관리법과 이법을 토대로 1994년에 도입된 책임감리제도의 시행이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감리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업계의 감리기법 체계화 및 기술력향상, 의식개혁 등의 노력을 통하여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우리나라 건설문화정착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건설감리는 그동안 건설공사의 품질향상과 부실공사방지라고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그 사명을 다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선진외국 업체들과의 경쟁과 건설공사에 있어서 시설물의 품질문제 못지않게 공사관리 효율성측면의 문제들을 함께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동안 우리는 정부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국내 건설 감리용역의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우리끼리 경쟁하면서 제도의 틀 속에 안주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갈 수는 없다.

우리가 다 같이 만족하기에는 국내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그나마 국내에 들어오는 선진외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려 보아도 외국 업체들과의 쉽지 않은 경쟁은 불가피한데 과연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문해 보고 싶다.

우리의 기술적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업무체계가 국제적 기준과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날 우리는 부실공사로 인하여 겪어야 했던 사회적 충격이 너무도 컸기에 우선 건설현장에서 부실공사를 추방하고 시설물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에 정부 건설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감리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부실공사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가고 있는 근래에 들어서는 점차 품질문제 못지않게 건설공사관리의 효율성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감리업계로서는 건설감리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해 가야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진행한 건설감리제도의 발전(선진화, 국제화)방향에 대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크게 ‘감리방법의 다양화와 건설사업관리(CM)’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총공사비 100억 원 이상인 22개 공종에 대하여는 그 공사의 성격에 관계없이 책임 감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감리방식을 다양화하여 발주청의 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감리업무의 기준과 시행방법 등 공사관리체계를 선진화하여 그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자칫 이러한 판단이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감리제도를 다시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오늘의 모습으로 감리제도가 정착 되기까지 참여한 인력과 그들이 쏟아낸 열정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써서 쌓아온 우리의 수많은 경험과 자료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이를 토대로 필요한 것들을 착실하게 보완시켜 나간다면 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공사 관리의 체계도 충분히 다져갈 수 있게 되어 건설공사의 ‘품질’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에 대한 건설관계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넓으신 배려 있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우리협회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통하여 공공사업에서 감리와 건설사업관리(CM)의 관계정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CM협회와의 통합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협회기구로 가칭 CM협의회를 설치하고 활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CM에 대한 왜곡행위” “순리를 벗어나는 여론몰이” “감리가 CM을 흡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등의 비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야말로 우리의 진의를 제대로 알지 못한 데에서 오는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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