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향기 경기대학교수(문학박사)

[광명=일간투데이 이상영 기자]

입추가 지났다. 저녁으로 귀뚜라미가 우는 요즘 이름처럼 차 향기가 생각나는 시인이 있다. 경기대 대우교수이자 계간『문학에스프리』의 편집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4월 에세이집'차 한잔 하실래요'를 출간했다. 그의 18번째 책'차 한 잔 하실까요?'는 르노아르, 마티스, 고흐,메리카셋, 티소 등의 명화에서 ‘차’에 대한 예술가들의 생각을 엿본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차라는 단 하나의 주제로 명화와 명시를 함께 엮는다. 다양한 찻잔에 감춰진 욕구, 취향, 개개인의 사색이 다채롭다. 우리는 어떤 감정으로 차를 마실까? 동화 속 화난 티타임을 보여주는 아서 랙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부터 차점을 치는 싱그러운 소녀의 <티 파티>의 챨스 뮬러 작품, 가족애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포스터의 <티 타임>, 고흐의 <실크모자를 쓰고 커피를 마시는 신사>까지 차로 표현된 인간의 본성을 철학적으로 탐색해보고자 한 시도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놓고 행복이 무엇 인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삶의 여유가 아닐까’ 생각하며 여렵사리 그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Q. 지난 4월 에세이집『차 한잔 하실래요』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A. 고맙습니다.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Q. '차 한잔 하실래요'가 출간되고 나서 독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하던데요.

A. 외국여행지 미술관을 들릴 때마다 그곳 미술관에서 차 한잔을 꼭 하는 버릇이 있지요. 그러다가 미술관에 걸려있는 명화속의 찻잔에 호기심을 갖게 되어 오래된 명화를 중심으로 찻잔이 등장하는 그림만 찾았습니다. 이번 책에서 ‘차’를 그린 100여점의 명화는 시대의 프레임에 따라 잎사귀가 인사하는 달에 마시는 차, 옥수수가 은빛물결을 이루는 달에 마시는 차,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달에 마시는 차, 물고기가 어는 달에 마시는 차로 표현하였습니다. 인생의 사계절에 따라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인간의 무수한 욕망의 다스림을 ‘차’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해 다채롭게 제시하였습니다. 명화 속 차의 역사와 이동경로, 차에 얽힌 수많은 사랑비사에 보는 재미까지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의의입니다.

Q. 계절마다 차 향기와 맛이 다르겠지만 찻잔을 앞에 두고 인생의 행복을 음미한다는것 자체가 일반인으로서는 사치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A. 그렇지도 않아요. 사치였던 시절은 다 지났지요. 요즘은 한잔을 마셔도 분위기 있는 곳으로, 좀 더 색다른 맛과 향기를 찾아 여행길에 나서곤 하지요. 음악이 찻잔 속으로 고이고 자기취향에 맞는 매력적인 찻잔이라도 만난다면 그것으로 일상에 찌든 위로와 보상을 받게 되니까요. “한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이방인이다. 두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손님이다. 그리고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당신은 가족이다.”라는 티벳 말이 있습니다. 이렇게 삶의 여백인 차 한잔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오늘은 차에서 가족뿐만 아니라 희망을 찾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Q. 요즘은 어떤 활동을 주로 하시고 계신가요?

A. 경기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시창작을 강의하고, 금천문화원에서는 수요일마다 문학반수업을 하고, 계간『연인』에 뮤지컬연재, 계간『시와표현』에 영화연재, 계간『문예운동』에 시평연재를 하는 틈틈이 책『나이드는 기술』의 원고를 정리중입니다.

Q. 개인적으로 앞으로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기회가 된다면 외국오지에 가서 우리나라말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Q.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다 더 보람 있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A. 감사합니다.

▲ 윤향기 지음/(주)도서출판 등대지기/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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