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는 무제한이지만 데이터는 5.2GB로 제한

[일간투데이 조창용 기자] KT의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이 휴대폰으로 드라마를 보다 기본제공 데이터의 10배가 나오면서 가입 기본 요금의 4배 가까운 요금이 부과돼 항의하자 KT는 "기본 제공량 고지 책임 없다"며 발뺌했다. 요즘 이동통신사들이 주력 마케팅으로 무제한 요금제 상품을 봇물처럼 쏟아 내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9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마치고 일에 복귀한 A씨는 평소 업무상 전화통화가 많은 것이 걱정이 됐다. 그래서 KT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요금에 신경쓰지 않도록 무제한 요금제로 바꿔달라"고 했다. 상담원은 '완전무한 67' 요금제를 추천했다. 월 6만7000원을 내면 음성통화를 아무리 많이 해도 추가 요금이 없고, 데이터를 5.2기가바이트(GB)까지 쓸 수 있는 요금제였다. 당시 상담원은 "데이터 5기가면 충분하다. 어지간해서는 다 쓰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요금에 신경쓰고 싶지 않다던 그의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케이티는 자동이체를 걸어둔 그의 통장에서 24만6000원을 빼갔다. 깜짝 놀라 요금명세서를 살펴보니, 데이터 통화가 '요금폭탄'의 범인이었다. 무려 57기가를 사용했다. 어지간해서 다 쓰기 힘들다던 기본 제공량 5.2기가의 10배가 넘는 양이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관련된 글을 쓰기 위해 지난달부터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시청한 게 화근이었다. 다음달 청구될 요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했다.

상담원은 "5기가 정도면 여유롭다고 안내를 했더라도 분명히 5기가라는 용량을 고지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고객이) 몰랐던 것도 아니다. 초과 사용량에 대해 KT는 책임이 없다"며 "그나마 우리가 (추가요금) 한도를 둬서 다행히 15만원만 더 부과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5기가가 대체 얼마나 되는 데이터양인지 감이 없는 사람에게 '완전무한 요금제'라는 이름은 데이터 통화료 폭탄을 유도하는 덫이 된 셈이다. 그런데 기본요금의 2배가 넘는 추가 요금이 발생하도록 A씨가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한 건 어찌된 노릇일까? 상담원은 A씨가 4년 전인 2010년 6월 케이티가 발송하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T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2012년부터 '빌쇼크방지법'이 시행됐다. 임씨의 경우처럼 데이터 요금 폭탄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요금한도 초과 등의 고지에 관한 기준'을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이동통신 사업자는 이용자가 음성·문자·데이터 약정 한도(기본 제공량)를 초과할 경우 요금 부과 전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주는 게 의무화됐다.

하지만 KT는 법이 바뀌었을 때도, A씨가 지난해 요금제를 변경할 때에도 문자메시지 알림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관련 법과 고시는 기존 문자메시지 수신거부 이용자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KT 측은 "문자메시지 수신을 거부한 고객한테 알림 문자를 보내면 클레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발송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빌쇼크방지법 시행 이후 모든 고객에게 잔여 데이터양이나 초과 사용에 대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요금 발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객이 문자 수신을 거부해도 발송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뒤늦게 KT 상담원과 통화를 거듭하면서 지금 내고 있는 기본요금과 비슷한 돈을 내면서도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복잡한 요금제의 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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