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구영 편집국장

차근차근 당권 장악 수순을 밟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근 개헌 논의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시기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당청 갈등설에 시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야권 주요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청와대와 우리 새누리당의 갈등을 부추기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과 청와대는 주요 현안의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며 "이같은 의견조율을 갈등으로 확대해석하고 매도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야당의 한 고위 인사는 박 대통령에게 월권, 3권분립 무시, 독재, 긴급조치 등의 단어를 사용했고 또 다른 인사는 제 이름을 거론하면서 모멸감, 과민반응 등의 용어를 이야기했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며 "야당의 정치공세성 발언이 금도를 벗어났다고 생각돼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전한 비판은 좋지만 도가 넘는 인신공격성 비난은 이제 우리정치에서 그만 볼 때"라며 "지금은 정부와 여야 모두 정쟁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집중해야할 때"라고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서둘러 진화에 나선 김무성

당청간 불화설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잠재해 있었다는 평가다. 실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함께한 2004년 이래 두 사람의 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왔다.

먼저 두 사람의 정치 스타일이 워낙 다르다. 박 대통령은 목표가 정해지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진한다. 명분을 중시하는 원칙주의자다. 거래와 타협을 탐탁잖게 생각한다. 반면 김 대표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하답게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정치엔 타협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무대’(무성대장)란 별명이 ‘돈키호테’를 연상케 하지만 실제론 신중한 ‘햄릿’에 가깝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은 ‘원칙’ 대 ‘현실’이란 두 사람 스타일의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린 경우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만 해도 박 대통령은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 가급적 빠른 처리를 원하지만, 김 대표는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정치철학도 두 사람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2009년 친이계가 김 대표를 원내대표로 추대하려 했을 때 박 대통령은 “친박계엔 좌장이 없다”며 김 대표의 야심을 억눌렀다. 이번에도 당시와 비슷한 박 대통령의 속내가 읽혀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김 대표가 과시욕을 내보인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행보가 당 대표로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22일 취임 한 달을 맞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비교적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비대위장은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평가 속에 그는 지난달 비대위 출범 때 “산돼지처럼, 포청천처럼 뛰겠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한 달간 그의 얼굴은 두 개였다. 포청천처럼 “개작두로 칠 것”이라는 말까지 해가며 당의 기강을 잡았다.

■표정관리에 바쁜 문희상

그는 박영선 전임 위원장 시절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을 두 차례나 뒤집은 당내 강경파를 “언제까지 반대만 할 거냐”고 다그쳐 진압한 뒤 세월호특별법 합의와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냈다.

또 지역위원장을 선정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인선처럼 예민한 사안은 하루 전에 비대위를 비공개리에 열고 계파 수장들과 미리 조율했다. 계파 수장들이 다음날 비대위에서 딴 소리를 못하게 만든 ‘조조의 꾀’다.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 조정식 사무총장은 “문 위원장이 일단 당을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가 가야 할 험한 길은 지금부터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이해가 첨예할 수밖에 없는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이 본격화된다.
당 혁신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충돌 가능성은 잠재해 있다. 친노 세력은 모바일 투표 도입, 온라인 당원 모집 등에 찬성한다. 반면에 비노 진영은 이를 당권 재장악을 위한 시도라고 본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비대위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는 당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중압감은 아직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60년 전통의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도록 묵묵히 가겠다. ‘혁신이 충만한 재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표정관리를 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