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숙 개인전 2014.10.25-11.13 갤러리 토스트

▲ 都市計劃_ 있었던 도시_할아버지와 별보던 시절, 90x60cm, 이합장지에 흑연, 2014

[도시계획] 허현숙 개인전 2014.10.25-11.13 갤러리 토스트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떠올려본다. 초등학교, 시장, 구멍가게, 피아노학원, 친구들... 다시 찾은 초등학교.. 엄청 크고 넓었던 학교와 운동장이 왜 이리 작아졌는지.. 피아노학원은 없어지고 구멍가게는 외국식 편의점으로 바뀌고.. 나이를 먹는 만큼 건물들도 새로운 옷을 입고 있었다.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들 모임. 낯설면서도 친근한 친구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각자의 삶에 길들어진 모습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수업이 끝난 뒤 학교 앞 문방구 앞에 쭈그리고 앉아 뽑기를 하며 즐겁게 놀았던 장난꾸러기 소꿉친구들이다.
그렇게 꿈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시절, 우리 동네가 최고의 놀이터였다.

1980, 90년대만 해도 볼 수 있었던 추억의 풍경들은 점점 급속하게 고속화된 세상으로 변하고 더욱 고급화된 설계에 의해 도시가 새롭게 계획되고 있다. 이러한 낯선 도시풍경에 길들여져 살고 있는 허현숙 작가는 현재의 삶속에서 유년기시절 뛰놀던 동네를 떠올리며 향수어린 그만의 희망도시를 설계하고 있다.

작품「都市計劃-있었던 도시-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언뜻 스쳐보았을 땐 평범한 도시풍경화로 볼 수도 있으나 더 가까이 세밀하게 보면 작가의 기억 속 추억의 동네풍경을 상상해 표현한 것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으로 서로 다른 건물들이 빽빽하게 엉켜있는 모습이다.

「都市計劃-있었던 도시-할아버지와 별 보던 시절」작품은 네모반듯한 바둑판모양의 잘 설계된 동네를 표현한 것으로 복잡한 현재와 추억의 과거가 혼합된 재미있는 구도가 돋보인다. 각각의 집들의 묘사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정감 있게 느껴진다.

▲ 都市計劃_있었던 도시_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74.5x62cm, 이합장지에 흑연, 2013

많은 집들은 끈끈했던 어린 시절 많은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의인화되어 비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많은 집들 중 어딘가에 작가를 나타내는 집이 있다. 그렇게 그는 수많은 건물들 품에 안겨 안정을 얻고 행복했을 것이다.

작품은 대부분 무 표백된 천연장지에 연필로 제작되는데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와 같이 편안한 느낌이 든다. 수없이 반복되는 선들의 제작방법은 현재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수행의 의미인 듯하다.

삼거리 골목 슈퍼, 그 옆에 문방구, 쭉 올라가면 아무게 집...다음다음이 우리집... 선희와 현미는 잘 지내고 있겠지?... 저 모퉁이를 돌면 2층집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이애리 (미술학박사/교수)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