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우리 모두는 한때 이민자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밤 생중계 연설을 통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역사와 가치'를 상기시켰다. 그는 "자식들을 위해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들을 추방해선 안 된다"며 "그들의 자녀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며 우리와 똑같은 희망과 꿈,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일요일자 중앙선데이의 슬라보예 지젝과의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아다시피 지젝은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경희대 석좌교수로 활동할 정도로 친한파다.

지젝은 자본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경제 질서이지만 자본주의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공산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최대의 윤리적·경제적·정치적 실패 사례 중 하나다. 20세기식 공산주의가 부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21세기 레닌’이나 공산당은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공산당만 해도 훌륭한 자본주의 규제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가장 역동적인 자본주의를 공산당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 최대의 아이러니다”고 설파한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지금 이대로 가면 누구도 살고 싶지 않은 아파르트헤이트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라며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격리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이미 할리우드도 알고 있다’며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종말 이후(post-apocalyptic)’를 언급했다. 대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새로운 아파르트헤이트 계급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위험한 상황을 폭로한다.

그러면서 한국이 향후 세계의 답이 될 수도 있다고 강변한다. 그는 “한국은 잘하고 있다. 번영을 누리고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암흑기에 대비해야 한다. 암흑기에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또 현명하게 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래서 한국 정치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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