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D’로 그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자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돈 풀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추가 양적완화(QE)에 나선 일본에 이어 중국과 유럽 중앙은행도 가세한 것이다.

유로존 경기가 최근 다시 식으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로 주저앉았고, 중국의 생산자물가도 32개월 연속 하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2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에 발맞추듯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에 나선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연설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임박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금리를 0% 수준으로 낮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3차례에 걸쳐 3조6000억 달러를 직접 시장에 푸는 양적완화 카드를 썼다. 과감하면서도 일관된 정책 덕에 미국은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금융위기 악몽에서 벗어나며 양적완화 정책도 올해로 졸업한다.

일본은 지난해 4월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했고 정부는 내년 10월로 예정했던 소비세 추가 인상 계획도 사실상 철회했다. 여기에 ECB와 중국이 보조를 맞췄고, 양적완화를 먼저 종료한 미국도 금리 인상 시기를 되도록 늦추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요국의 이러한 조치가 해법이 될는지는 미지수다. 각국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일시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모르핀 효과’만 낳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작 필요한 것은 각국 정부의 개혁 추진과 재정 정책이다. 일본은 비효율적인 국내 경제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고, 유럽은 취약한 은행 시스템이 약점이다. 각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값싼 신용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래저래 한국은행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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