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처음 만날 때면 "무슨 말부터 꺼낼까?" 하고 걱정하게 마련이다. 젊은이들은 흔히 "거 있잖아? 왜 있잖아? 너도 잘 알지?"라는 식으로 말을 터나가는 모습을 본다. 만일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이라면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라든가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라고 풀어나갈 것이다.

코칭에서의 대화 또한 다를 바 없다. 우리 연구원(사단법인 한국코칭연구원)에서는 대화 요령 또는 대화 모델을 '마주현대정성'이라고 이름지어 가르친다. 먼저 음을 열고, 제를 말하고, 실은 어떤가를 진단한 후 문제를 극복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안을 찾는다. 이어 어느 한 대안을 골라 실행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코칭대화를 전반적으로 뒤돌아보는 찰의 6단계를 말한다.

■코칭 역량은 사업경영과 일맥상통

코칭대화란 내용상으론 이해 못할 게 없고 초등학생이라도 알 만큼 쉽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나누고자 입을 열자면 코맹맹이처럼 끙끙대거나 말더듬이처럼 입이 매끄럽지 않기 일쑤다. 결국 연습을 통해 익혀야 하는데, 일정한 틀이 있으면 보다 용이할 것임은 당연하다. 이때 ‘마주현대정성’을 적용하면 대화 흐름도 자연스럽고 코칭을 받는 사람도 편하다.

연습이라니까 아나운서처럼 재잘재잘 입에 참기름 바른 듯 술술 잘 넘겨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고객 중심의 경청을 통해 그의 감정과 의도를 잘 짚어 질문을 던짐으로써 고객의 사고가 확장되고 생각을 정리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개 성공한 CEO나 기관장들은 코칭대화를 웬만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지니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을 창업해 오랫동안 경영해온 한 선배를 만났다. 인사가 오간 끝에 그분이 “정교수는 히어링이 좀 나빴던 거 같았는데 요즘 어떤지?”라고 묻길래 “나이 먹다보니 귀가 나빠져 보청기를 착용합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분은 “우리 나이에는 다 그렇지”라며 긍정의 에너지를 공급해 “감사합니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이어 “오늘 방문한 용건은?”이라고 말을 이어갔는데 위에서 말한 코칭대화 모델을 따라가듯 유연한 실질적 대화가 이루어져 필자도 놀라고 말았다.

■코칭대화는 실천 의지에 대한 지지와 격려

1단계의 ‘마음 열기’는 잘 알고 있거나 처음 만났거나에 상관없이 상호 간격을 좁히고 격의없는 대화를 이끌기 위한 기초 대화다. 대체로 미소를 띤 인사는 물론이지만 “지난 한 주 즐거웠던 일은 무엇입니까?”와 같이 인정과 존중이 따르는 긍정에너지를 공급하면 매우 좋다. 흔히 코칭계에서는 ‘래포(rapport)형성’이라고 말하는데 상호 신뢰관계의 구축이다. 이 단계에서 국제코치연맹(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의 코칭윤리규정에 따라 설정된 한국코치협회의 규정 “대화의 내용은 절대적으로 비밀이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해준다.

다음 2단계에서는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게 무엇인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어떤 상태가 되면 만족하겠는가? 등등 주제를 정한다. 현실을 파악하는 3단계는 “현재 상황은 어떤가?” “그 문제를 위해 이제까지 노력한 결과는?” 그리고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등에 관해 소통한다.

4단계 ‘대안 찾기’는 글자 그대로 문제의 해결 방안 또는 그 대안을 찾는 과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다른 방안은? 또 다른 대안은?”이라는 식의 점층적 질문을 통해 고객 스스로 자신이 지닌 자원을 총동원해 최소한 몇 가지 대안을 찾도록 이끈다.

다음 5단계 ‘정하기’에 이르러는 대안의 실천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또 “언제 실행하겠습니까?”라고 질문함으로써 고객의 결심을 북돋우고 결행 시기와 체크 방법 등을 확정짓는다.

마지막 단계인 ‘성찰’은 영어로 피드백(feedback)이랄 수 있는데, 가령 “오늘 어떤 점이 가장 좋았습니까?”라든가 “간단하게 오늘 느낀 소감을 이야기해보겠습니까?”란 질문을 통하여 금방 잊거나 흘려보내지 않도록 되새겨주면서 실천 의지에 대한 지지, 격려 및 응원을 보내는 국면이다.

이와 함께 코칭에서는 4단계 ‘GROW 모델’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G는 goal(목표), R은 reality(현실), O는 options(선택, 대안) 그리고 W는 will(의지)의 약자이다. 6단계든 4단계든 과정은 어느 쪽이나 유사하므로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GROW 모델은 코칭을 통해 성장하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성장하다’인 grow를 연상하면 외우기가 쉽다. 한편 ‘마주현대정성’은 코칭대화 또는 코칭상담 과정을 풀어쓴 것이므로 초보자가 응용하기에 좋을 듯하다. 이같은 대화 모델은 굳이 코칭 상황이 아니라도 일상 대화에서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몸에 익혀둘 것을 권한다.

정헌석
(사)한국코칭연구원 이사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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