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수출 삼국지에서 한국이 20여년전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일본이 한국의 추격을 받아 수출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던 1993년 당시와 유사한 현상이 최근 중국이 한국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4일 발표한 보고서 '추격관점에서 살펴본 한·중·일 수출경쟁력의 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성장률이 급격히 올라간 1993년을 기준으로 이들 3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을 점검한 결과 1980년대까지 세계 수출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의 점유율은 1993년에 사상 최대인 9.6%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014년 3.6%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2%대 초반에서 2001년 4%, 2014년에는 12%대 중반까지 확대됐다.

우리의 경우는 1990년대 2%대 초반에서 2010년 이후에는 3% 내외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근 한국산 수출품목 구성이 기계 및 운수장비 등의 비교우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1993년의 일본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양국의 수출품 구성 비교를 위해 비교우위지수(전체 수출품에 대한 시장점유율 대비 품목별 수출시장 점유율)를 비교한 결과 2013년 한국산 기계 및 운수장비의 비교우위지수는 1.7로 타 수출품목에 비해 두드러졌다. 화학물 및 관련제품(1.2)과 재료별 제조제품(1.1)의 시장점유율도 1을 상회했다.

반면 '식료 및 산동물(0.1), '음료 및 담배(0.2), 비식료용 원재료(0.2), 동물성 유지 및 왁스(0.05)는 1을 하회한 비교열위였다.

이는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 직전의 1993년 일본의 시장점유율과 유사한 것이다. 당시 일본의 점유율지수는 기계 및 운수장비가 1.8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비교우위지수가 1보다 크면 해당품목의 비교우위가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과거 일본이 한국과 중국의 추격을 받으며 부진해진 부문에서, 최근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 부진해지는 모습을 재현했다.

실제로 1993년 일본 사무용기계 및 자동자료처리장치 비교우위지수는 1993년 2.0을 나타냈으나 2003년 한국이 1.7, 중국이 2.7로 따라오자 2003년에는 1.0, 2013년에는 0.3으로 하락했다.

한국의 경우도 2013년 비교우위지수는 0.6까지 내려앉았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후발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들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창의적이고 핵심적인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 발전시켜야 한다"며 "우리경제의 산업구조도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을 감안해 탄력적이고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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