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의 ‘짙은 먹구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2060년이 되면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늙은 나라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올해 13.1%에서 2060년 40.1%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41.6%)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전망치다. 전 세계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8.2%에서 17.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45년 뒤엔 한국인 고령인구 비중이 세계 평균의 두 배를 크게 웃돈다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같은 기간 73.0%에서 49.7%까지 축소된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60년 세계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62.0%로 추계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현재 12.5명에서 2060년 80.6명으로 급격히 확대된다. 100명이 80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성장동력을 상실하면 거대한 국가적 위기의 문턱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의 증가는 사회적 부담을 키우는 것은 물론 경제에 활력을 떨어뜨려 성장을 저해한다. 더 나아가서는 소비 부진과 디플레이션 등 경제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더욱이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는 고령인구부양비 급증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

근본적인 해법은 출산을 많이 늘리는 일이다. 하지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三抛)세대' 등장과 함께 결혼 적령기를 지나서 혼인하는 만혼(晩婚)의 사회적 풍조 등으로 출산율을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10년간 수십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장려정책을 썼지만 제 효과를 못 거뒀다. 작년 출생아 수는 전년도보다 0.3% 줄었다. 합계출산율(여성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도 1.21명으로 초저출산기준(1.30명) 밑을 맴돌고 있다.

그렇다고 출산장려정책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과거의 정책 실패를 답습해선 곤란하다. 역대 정부는 다자녀 가구 세제 혜택과 양육비 지원, 사교육비 절감, 근로환경 개선 등 강구할 수 있는 대책들을 죄다 끌어내 아이 낳기를 장려했지만 결과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책 물량을 쏟아냈지만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산과 보육정책만 해도 단순히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근로 형태를 개선하고 취업시장의 문을 넓히는 등의 노동시장 대책과 다자녀 가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등을 위한 문화적 측면의 대책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하건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인구 정책의 목적이 국가 성장동력 유지와 확대에 있다면 출산 장려 정책에 곁들여 다문화 가구 확대, 해외 근로인력 확충처럼 발상 전환의 정책들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남북통일을 전제로 한 한반도 인구 추이와 이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도 장기적으로는 살펴야 할 일이다. 마침 내일 11일은 세계인구가 50억 명을 넘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세계인구의 날‘이다. 인류가 장차 직면하게 될 심각한 사태에 대비, 세계 차원의 인구전략을 모색하자는 취지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시민사회단체 등은 효율적인 저출산 대책을 수립·시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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