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여권은 국정에 무한책임을 진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 간 회의가 지난 5월 15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주된 이유는 여권 내 갈등이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 보기에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국내 경제가 처한 위급성이나 한반도 안보 환경 등 ‘대한민국호’가 헤쳐가야 할 풍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복잡하게 얽힌 갈등이 가닥을 잡지 못한 채 이렇게 마구 표출되는 사태는 그 자체로 크게 걱정스럽다.

마침 얼어붙었던 당·청 관계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임명을 계기로 해빙 조짐을 보인다니 다행스럽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초선의원 출신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도 '호형호제(呼兄呼弟)'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그가 '당청관계 복원'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우선 현 신임 정무수석의 첫 임무는 오는 14일로 구성될 예정인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긴밀한 협조채널을 구축하고 여·야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이달 안에 무난하게 처리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현 수석의 역할이 주목되는 바다.

문제는 정무수석 한 명 새로 임명됐다고 당·정·청 간 당장 원활한 협력체제가 복원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컨대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본인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이병기 소외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정치권에 대한 사정과 압박을 우선시하는 강경파가 득세, 이를 제어하는 이 실정이 “관두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추론이다.

이병기 실장 발언의 진위를 떠나 대화 중시의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는 이 비서실장의 ‘소외론’과 ‘퇴진설’ 등이 운위되는 것 자체가 집권세력으로선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청와대는 여당의원을 포함해 국회의원 다수가 찬성해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여당 의원의 손으로 사실상 폐기시켰다. 수평적 당·청 관계를 외치던 김무성 대표를 굴복시키고 반기를 든 유승민 원내대표는 중도퇴진시켰다. 입법부와 등지고 여야와 불통의 장벽을 높이 쌓아 단절한 것은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남은 임기를 순항하려면 여당에 대해 일방적 지시와 질책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야당은 더 어렵다. 박 대통령이 협력을 요청하려면 먼저 대화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역할 증대가 요청된다. 김 대표는 14일 당대표에 당선된 지 1년째를 맞는다. 임기 반환점을 돈 김 대표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북이 쌓여 있다. 무엇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에서 보았듯 당 내 갈등 해소와 당·청 관계 회복이 시급하다. 그 시험대는 14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 및 당직 개편안 발표다. 이날에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주요 핵심 당직자의 윤곽이 드러난다. 사실상 김무성 체제 2기가 출범하는 것이다.

청와대와의 관계정상화도 시급한 현안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뒤 당·청간 소통이 사실상 중단돼 있는 상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경기침체 등으로 국가적 위기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의 핵심축인 당·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제 위치에서 정신 바짝 차려도 정권의 성공을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중심을 잃은 채 심하게 흔들리는 것은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정·청의 심기일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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