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첨단 과학문명 시대에도 중심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일단 일을 도모해야만 성패가 있는 법이다. 어느 조직이건 지도자와 참모 간 손발이 잘 맞아야 함을 의미한다. 군신 수어지교(君臣 水魚之交)라고 하겠다. 지도자와 참모가 마치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가까운 사이를 뜻한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후 이 말을 썼다. 서로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동지적 상하관계’를 말한다.

특히 전문화된 요즘 같은 시대엔 분야별 명 참모들이 있어야 조직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조직이나 권력은 항상 아래로부터 무너지게 마련이다. 참모들의 잇단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정권이 무너진 사례는 고금동서의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물론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 리더십은 바로 참모 등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덕목을 갖추는 일이다. ‘똑똑한 사람은 혼자 일하다 망하고 현명한 사람은 같이 일하면서 성장한다”고 하잖은가.

지도자와 참모 간 손발 잘 맞아야 조직 성장

사실 보잘 것 없는 유방이 한(漢)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데는 지략가 장량과 명장 한신, 후방 보급 지원의 소임을 다한 소하 같은 참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이에 앞서 명참모의 모범을 보인 인물은 공자가 꿈에서라도 만나보고 싶어 할 정도로 흠모했던 주공 단(周公 旦)이다. 주(周) 왕조의 기초를 다지던 시기에 문왕, 무왕, 성왕 삼대에 걸쳐 왕을 보좌한 이가 바로 주공 단이다. 그는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 성왕의 숙부였지만 늘 철저한 몸가짐과 언행을 실천했다.

또한 인재 등용에 마음을 쓰고 겸허한 자세로 아랫사람과 백성을 대했다. 인재를 구하기 위해 정성을 다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보면 주공은 ‘일목삼착(一沐三捉)’, ‘일반삼토(一飯三吐)’할 정도였다. 한 번 머리를 감을 동안이라도 인재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으면 감던 머리를 움켜쥐고 물 묻은 채로 세 차례나 나가서 만났고, 밥 한 끼 먹는 짧은 시간에도 인재를 만나기 위해 먹던 음식을 뱉고 나가기를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주공의 사례에서 보듯 예나 지금이나 조직의 성공은 리더에게만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정보와 지식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참모와 보좌진의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일찍이 한비자는 군주를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누면서 이렇게 일갈했다. “하질의 지도자는 자신의 능력만을 사용하고, 중간 정도 지도자는 남의 힘을 사용하며, 최상급의 지도자는 남의 능력을 사용한다.”
많은 사람 중 ‘비서’, ‘가신’, ‘측근’은 넘쳐나지만 ‘진정한 참모’는 없다고 한다. 무엇이 진정한 참모의 모습일까. 참모는 리더가 가는 길의 동반자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리더보다 한발 먼저 생각해야 하고 한 치 넓게 살펴야 하며 한 번 더 검토해야 하는 게 진정한 참모의 역할이다.

‘명장 밑에 약졸 없듯’ 리더의 솔선수범 중요

보좌진 곧 참모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경세가, 책사, 모사꾼이다. 경세가는 작은 성패에 집착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린다.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은 승리로 이끈다. 좌절을 겪더라도 근무처 및 모시는 수장을 일류로 키워내는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전략가라 칭한다. 자리에 연연해 재물을 탐하거나 권력을 즐기지 않는다. 책사는 재기는 있지만 덕망이 부족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욕을 먹는다. 결국 주군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 모사꾼은 짧은 순간에 간계나 술수를 꾸미는데 능숙한 사람이다. 음해와 이간에 능하고 잔꾀에 밝다. 권력에 집착하고 자리를 탐한다.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참모다.

그렇다. 가방이나 들고 다니고 시킨 일이나 하면서 협잡이나 꾸미는 이는 참모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참모는 리더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국(大局)을 조망하는 조정자여야 하는 것이다. 얼음처럼 냉정하고 태산처럼 신중하며 냉철한 결단력도 구비해야 한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민원인을 대하고 촐싹대거나 감정에 따라 움직이면 이미 참모가 아니라 권력에 맞을 본 모리배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도자의 솔선수범과 지혜로운 참모 용인술이 전제돼야 한다. 참모를 고를 때 심사숙고하되, 인연을 맺었으면 믿고 맡겨야 한다. ‘말을 대신해 달리지 말고, 새를 대신해 날지 마라.’는 속담처럼 지도자가 일을 맡기고도 시시콜콜 간섭하며 달리는 말에 발길질을 하면 득보다 잃는 게 많은 법이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했잖은가./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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