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필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미국의 두 전직 대통령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바로 경제회복을 시켰다는 사실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소속 정당은 달랐지만 민생을 잘 돌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들여다보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 i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내건 선거구호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H. W. 부시를 누르고 대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부시는 걸프전 승리를 앞세워 선거전에 임했지만 ‘경제’라는 선거 이슈 선점에서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거의 사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이 구호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시대를 초월함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임기 반환점 맞은 박 대통령의 중점과제

미국 수도 워싱턴DC 일원에서 가장 멋쟁이 공항은 로널드 레이건 공항으로 불린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그를 잊지 못하는 듯하다. 레이건이 민주당 소속 지미 카터 후임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1981년 당시 미국 경제는 엉망이었다. 레이건은 8년 재임 기간 ‘레이거노믹스’를 통해 인플레를 5% 이내로 줄였고, 2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냉전 종식 역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볼 수 있다. 대화하되 원칙을 고수한 군사외교안보 정책을 견지, 소련의 붕괴를 이끌었다. 규제 혁파를 단행해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구현, 미국의 경제 발전을 가져온 공적 또한 크기에 국민들은 그를 추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로 임기 반환점을 돈다. 그럼 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 수행의 주안점을 어디에 둬야 할까. 첫 손가락에 꼽아야할 과제는 단언컨대 ‘경제 활성화’이다. 국민이 먹고 살만 해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국민의 신뢰 기반 위에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구조개혁과 탄탄한 외교안보 정책이 가능할 터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받쳐주고 있는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올 2분기 전 분기 대비 0.3% 성장해 시장의 전망을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충격적인 것은 한국 경제 성장률이 같은 기간 유로 재정위기국의 성장률보다도 낮았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의 2분기 성장률은 1%로 한국의 3배 수준이었고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내몰렸던 그리스도 0.8%, 포르투갈은 0.4%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니 우리 경제가 이토록 취약한 환경에 처해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폭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문이 막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주고 있다.

바른 인물 영입 등 참모진 교체 단행해야

주요국 관련 대외환경도 악화일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마저 7년래 최저 수준인 6.0%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률 저하와 일본의 ‘엔저(円底) 쓰나미’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인 정보기술(IT)과 조선·석유화학·자동차 같은 주력 산업의 성장 속도가 예전만 못하고 일부 산업은 후퇴하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인 신산업도 딱히 눈에 띄는 게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야당과 기업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경제살리기에 힘써야 할 이유이다.

전제가 있다. 임기 후반기를 같이 할, 국리민복에 매진하는 참모진 구축이 필요하다. 내각 진용을 경제에 밝고 추진력 있는 장관들로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마음이 이미 내년 총선 정치판에 가 있는 장관들을 붙들고 일해 봐야 공직자들부터 안 믿는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에다 장·차관은 서울에 가고 없으니 놀자판이라고 하지 않는가.

가급적 학자 출신 장관을 배제한 새 진용을 짜서 인사권을 100% 주고 바짝 기강을 조여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듯 전문성·성실성·청렴성을 갖춘 인재 등용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주된 요인이다. 중국 전국시대 노나라 왕 애공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을 복종하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올곧은 인물을 영입해서 엉터리 같은 자들 위에 올려놓으면 백성들이 따릅니다.(擧直鏪諸枉則民服)”라고 말했음을 되새겨보자. 그래야 ‘경제활성화·통일대박·선진 문화융성국가 건설’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