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은 충천하는 사기, 첨단 무기, 뛰어난 지휘력에 바탕한 전략전술, 그리고 충분한 군수지원 등에 의해 유지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명을 띤 군을 보유·육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남북 대치 상황에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군이 본령을 수행토록 여건을 제공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적지 않은 무기와 보급품이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전력(戰力)에 큰 구멍이 뚫렸을 뿐만 아니라 장병들의 안위가 위태로울 소지가 커진 것이다. 이른바 방위산업 비리의 재연이다.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후진국형 부패가 군과 사회 일반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음이 재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육군 보병용 대전차유도무기 '현궁' 개발사업 과정에서 부실 성능 평가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합수단은 어제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산업체 LIG넥스원 본사 및 하청업체 등 모두 5~6곳을 압수수색해 납품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 합수단은 국방과학연구소가 LIG넥스원으로부터 현궁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장비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부실 장비를 납품받고, 이를 숨기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국방과학연구소가 LIG넥스원으로 부터 성능미달 무기평가 시험 장비를 납품받고도 합격 판정을 해 11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범행 수법도 치졸하다. 전차자동조종묘듈을 7세트 납품받고는 11세트를 납품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가 하면, 압력·진동센서와 제어판 등이 부착되지 않아 작동이 불가능한 내부피해계측장비에 합격 판정을 내리고 정상 납품받은 것으로 처리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번 수사 결과는 그동안 해군과 공군에서 적발됐던 방산 비리에 이어 육군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 확인에서 충격적이다. 수사당국은 방산비리에 관해 이적(利敵)행위로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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