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의 새 지평을 여는 지혜가 요청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중 세계 주요2개국(G2)으로 자리매김 되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날로 가열되고 있고,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 북한의 변수까지 더해져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지형은 근래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직시해야겠다. 미국과 일본 간 동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수준의 결속을 보이면서 중국과의 사이에 미묘한 대치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국제정치 현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참석과 한·중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오늘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취임 후 세 번째 방중이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여섯 번째 정상회담이 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참관하는 최초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도 기록된다. 이번 방중은 올 하반기 주요 외교 일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여 기대되는 바 적지 않다. 한·중 관계와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보다 나은 관리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해 심사숙고 후에 내린 결정이기에 그렇다.

박 대통령의 방중이 우리의 국익 제고의 탄탄한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연간 1000만 명의 인적 교류와 3000억 달러 교역 규모 달성을 내다보는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 증진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및 평화통일에 대한 중국의 역할, 평화와 안정 수호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의지, 독립항쟁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이번 전승절 참석을 결정한 네 가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설득력 있는 방중 배경이다. 이번 중국 방문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또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堀起)’를 과시하는 열병식까지 참관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기류를 감안할 때 파격적이다. 그러기에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보다 진전된 수준의 한·중 정상간 협의를 통해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이끌어내야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남북 간 8·25합의로 군사적 긴장 해소와 함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음에도 북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관계 개선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박 대통령의 외교는 오는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우리 대외관계의 중심축은 여전히 굳건한 한·미동맹이다. 진전된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우리가 주도하는 남북관계 개선에 미국의 공조와 확실한 지지를 담보하는 것 또한 최우선적인 과제다. 물론 중국과 경제 협력 강화도 이번 방중의 주요 과제다.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비롯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중국과 기존 균형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한·일, 한·러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평화통일 기반 조성의 지렛대를 튼튼히 해야 하는 디딤돌이다. 국제조류를 읽는 깊은 통찰과 실천의지로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의 발판을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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