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의 새 지평이 열렸다. 2박3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오늘 오후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기간 거둔 ‘귀한 성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올 10월 말이나 11월 초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 한국이 외교 이니셔티브를 쥐게 됐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기로 한 9·19공동성명과 북한의 핵개발 및 탄도 미사일 실험을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는 북한에 대해 노동당 창건일(다음 달 10일)을 전후해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북이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표명이다.

특히 주목되는 바는 박 대통령이 조속히 평화롭게 통일되는 게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 시 주석도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한반도 통일 의제가 한중 정상 간 공식석상에서 제기된 데다, 대 북한 영향력이 지대한 중국 최고지도자가 ‘평화통일’을 확인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두 정상 간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한 점은 적잖은 기대를 갖게 한다.

박 대통령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면담하고 한·중 간 경제 현안을 논의한 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이 역대 최대 규모인 156명에 달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런 현실에서 양국은 우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발효와 효과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과제가 많다. 박 대통령이 거둔 외교가 국익 제고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선 행정부는 물론 정치권이 법안 마련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올해 한·중 FTA가 발효되면 즉시 958개 품목에서 관세가 없어지고 중국의 수입관세가 1.5%포인트 인하된다. 그러나 발효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올해 발효되는 것에 비해 수출에서 13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 수입에서 13억4000만 달러의 상대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중을 결산할 때 외교 주도권 확보와 경제적 실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느냐가 주목된다. ‘중국 지렛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과제로 떠오른다.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중국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교 역량을 집결시키고, 정치·군사·경제 교류를 통해 신뢰를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 중국의 환대가 융숭할수록 한·미동맹에는 금이 생길 수 있다. 한·미동맹은 흔들릴 수 없는 우리의 국가안보 토대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한다. ‘한·미혈맹’을 다지고,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 치우치지 않고 용미·용중(用美用中), 곧 두 나라를 적절히 활용할 공간을 확보하면서 갈등을 능동적으로 풀어나갈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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