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ㆍ자영업자들의 직업윤리 확립이 시급하다. 의사ㆍ변호사ㆍ부동산임대업자 등 고소득 전문직ㆍ자영업자 가운데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와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270명을 세무조사한 결과 소득적출률이 32.9%로 나타났다. 소득적출률이란 세무조사를 통해 국세청이 적발한 탈루액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소득적출률이 32.9%라는 것은 100만원을 벌면 77만원 정도 소득을 올렸다고 신고하고 나머지 33만원 정도를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숨겼다는 의미다.

소득 탈루의 유형은 현금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차명계좌 이용, 이중계약서 작성, 허위 비용 계상 등의 방법도 동원해 소득을 적게 신고해 수억원 내지 십수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액의 수임료를 직원 등 타인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 받아 소득에서 누락시킨 변호사, 성형관광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한 뒤 수술비를 현금으로 받아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소득 금액을 줄인 성형외과 의사, 근무하지도 않은 친인척을 임대관리인으로 꾸며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속인 상가임대업자 등 ‘세금을 빼먹기 위해’ 동원된 수법도 가지가지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로 행세한 이들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봉급생활자들은 월급을 받을 때마다 원천징수 형식으로 소득세를 낸다. 이들의 세원은 매우 투명해서 ‘유리지갑’으로 불린다. 봉급생활자들로서는 소득의 3분의 1을 빼돌리는 일부 고소득 전문직ㆍ자영업자와의 징세 형평성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탈세를 일삼는 자들 때문 에 계층 간 위화감이 증폭돼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응집력이 약해진다. 고소득 탈세범들이 흔히 과시하는 호화사치 행각은 일반 국민의 일할 의욕을 꺾어 버린다.

국세청은 불황에 따른 세수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탈세혐의가 큰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역외 탈세자, 민생침해 사업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조세정의,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정확한 세무조사 대상자 선별과 효율적 조사, 탈세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관보(官報)는 물론 주요 일간지와 공항·항만·인터넷에 명단 공개 등을 통해 세금탈루자들이 설 땅을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 전제가 있다. 조세 행정이 국민 신뢰 속에 효율적으로 추진되려면 세무 공무원들이 탈세를 시도하는 이들과 연루되지 않는 청렴의무를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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