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비견되는 대작
상권은 광복과 분단, 재일교포 북송, 4.19혁명 등 역사의 회오리 관통
하권은 첨단과학 시대에 전통적 정신세계 소중하다는 작가 심중 배경
국립극장장 등 역

[일간투데이 황종택 주필] 2013년 장편소설 ‘외포리 연가’를 통해 대법원의 개혁을 요구했던 중견작가 이길융은 이번에는 대하소설 ‘만주부인’을 펴내 다문화시대에 지표가 되는 ‘만주부인’을 제시했다.

장편소설 “만주부인‘ 상권 ‘숨 쉬는 하늘’은 1995년에 출판, 4쇄로 절판됐던 소설이었는데 주인공 만주부인이 다문화시대에 지표가 된다고 독자들이 재판(再版)을 요청해 추고, 2015년 4월 새롭게 출판했다.

상권에 이어 ‘만주부인’ 하권 ‘숨 쉬는 땅’은 2015년 11월 초에 초간, 독자들에게 큰 영을 받아 금번 2쇄를 출판했다. 작가는 고등학교 때부터 써온 소설로 이제 완성했다고 말하고 있다.

상권은 세계 2차대전의 여파와 종전, 한국의 분단과 6.25이념전쟁, 재일본 교포들의 북송과 4.19학생혁명 등 숨 쉴 수 없는 역사의 회오리를 관통하며 만주처녀 장영미와 한국 총각 이만우의 사랑 이야기다. 두 사람은 결혼해 임신한 그녀는 아이를 낳기 위해 시부모님이 있는 조선 땅 서남부에 위치한 고금도란 섬에 오빠가 선장인 짱크선에 편승하여 오다가 일본군함과 미국전투기가 전투하는 장면을 보았다. 부상자들이 섬에 유일하게 있는 시아버지의 외과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을 돕게 되고 일본이 패망한 종전의 소식도 섬에서 듣게 된다. 아이도 낳아 남편이 고향에 도라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남편은 만주국의 궁궐을 건설하는 관료로 일하다가 소련군에 잡혀 소련군의 통역자로 북조선 정부수립 자문관을 따라 평양에 들어가 살게 되어 국경 아닌 38도선으로 분단된 땅에서 강대국이 갈라놓은 이산가족이 됐다.

북조선이 6.25전쟁을 일으켜 부부는 잠깐 만나 같이 살 수 있었으나 유엔군의 반격으로 다시 갈라져 살게 되고, 장영미는 만주부인이란 별칭의 부역자로 쫒기는 생활을 하다가 북조선을 돕는 중공군이 유엔군의 포로로 잡히게 되자 중공군 포로수용소의 통역자로 미군을 돕게 된다. 공산주의 이념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남편의 생활과 자유민주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부인의 자유 분망한 생활상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소설이다.

하권은 타의에 의해 갈라져 살아야만 하는 만주부인은 시가의 병원에서 알게 된 미 공군과 일 해군 출신들의 도움으로 시장경제의 자유 활동 속에 저축 덕분으로 알부자가 된다. 질서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우연히 꾸어준 돈이 군사혁명을 돕게 되고, 산업발전 사업에 끼어들게 된다.

월남전의 특수와 중국의 시장개방 속에서 남한의 산업발전에 필요한 노동력 보충을 위해 일어나는 다민족 다문화가족을 도우면서 중공을 개방시키는 미국의 시민권을 얻어 만주에 사는 오빠에게 공장을 세워주고, 북한에서 숙청당하여 정치 수용소에 있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오빠와 협의하여 공장의 경비병을 중공군 특공대출신으로 뽑아 훈련시킨다.

만주부인이 학자금을 주어 의사로 공부시킨 남편의 막둥이동생 이치우는 월남전에 참전, 제2차 대전 말기 때 일본군으로 징병돼 버마(미얀마)전선에서 전사한 둘째형의 애인과 아들을 찾게 되고, 남한으로 데리고 와서 공장을 맡긴다. 공장의 노동자도 동남아에서 데려다 사용케 한다. 이치우의 뛰어난 의술은 미국과 만주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 서로 돕는다. 만주부인은 북한의 정치수용소에 있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이치우 아주버니가 만들어놓은 의술적인 인간관계와 오빠가 만든 특공 경비원을 활용, 북한에 억류돼 있는 남편을 만주 땅으로 데리고 나오는데 성공한다. 이들은 최첨단의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 전통적인 무당의 기(氣)와 종교의 염력(念力)을 활용해 수천년 살아온 인간의 생활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한다. 이는 아무리 과학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전통적인 정신세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작가의 심중이 깔려있는 소설이라 하겠다.

이 작품을 읽은 일본의 에세이클럽 무라오 세이이치 회장은 ‘만주부인’은 미국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주인공 스카렛에 비견되는 대작이라 평했다.

한 평론가는 만주부인이 조국의 독립과 부유한 나라가 되기를 희망하고 사는 생활 태도는 만주에서 돈 벌기 위해 입국한 교포나 동남아에서 한국에 시집 와 사는 다문화 가족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본받을 모범이 되고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융 작가는 문화공보부 예술진흥국장과 국립극장장, 저작권심의조정위원장을 역임한 공무원출신으로 퇴임 이후에도 희곡과 소설을 계속 발표한 중견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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