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최악의 빙하기 맞은 남북관계-.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 우리측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북측은 한 발 더 나아가 개성공단 내 남측 자산에 대한 전면동결과 개성공업지구 폐쇄, 군사통제구역 선포라는 카드를 빼내 초강수로 대응한 데 따른 평가다. 남북관계가 화해,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합의했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이전으로 회귀, 4반세기 이전으로의 역진(逆進)한 셈이다.

남북관계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강(强) 대 강’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향해 두 개의 전동차가 거세게 질주하는 형국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사실상 백지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은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대화와 협력’의 병행이지만, 정부는 1월 6일 북한 4차 핵실험과 2월7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단호한 대응’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조를 더 이상 이어가기 힘들게 됐다.

북핵, ‘남북경협 3종 세트’의 변곡점 초래

그뿐 아니다. 박 대통령의 남북경협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가 모두 변곡점을 맞게 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후유증이 크다. 지난해 말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3차 시범운송을 마치고 본계약 체결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한·중·러 3국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추진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 등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도 끊겼다.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와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등 장기적으로 추진돼 온 사업들도 잇따라 중단 수순을 밟고 있다.이처럼 당국 간 공식 채널은 물론 민간 차원의 비공식 접촉과 경협 채널까지 남북 간 접촉이 전면 단절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2013년에도 군통신선과 판문점 채널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내 북측 노동자를 철수시켜 160일간 공단 가동이 중단됐지만, 당시에도 민간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은 명맥을 유지했다. 사안이 이렇게 위중하기에 심지어 일각에서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를 전면 중단시킨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데서 보듯 국지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북한이 개성공단을 조성하면서 후방으로 이전했던 4개 보병연대와 1개 포병연대, 탱크대대, 경보병 대대 등을 다시 개성공단 지역으로 전진 배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북관계의 ‘전면대결의 시대’로 재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지도자가 폭정 휘두르면 시해·국망 자초

설상가상 미군의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 배치를 놓고 한·미·일 대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드 배치를 비롯해 현안들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결정해야겠지만, 한반도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사드 배치로 인해 우리 수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홍콩 포함)과의 불편함이 경제적 타격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저어되는 바 적지 않다.

물론 모든 게 ‘최고지도자’ 김정은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호전성에서 비롯됐기에 호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공조로 ‘돈줄 차단’이 시급함을 뒷받침한다. 공자는 “정치를 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어진 정치를 실천하느냐, 못하느냐다(道二 仁與不仁而已矣)”라며 “최고지도자가 폭정을 휘두르면 심한 경우 최고지도자 자신이 살해당하고 나라가 망하며, 다소 심하지 않은 경우라 해도 자신의 몸이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쇠퇴할 것이다.(暴其民甚則身弑國亡 不甚則身危國削)”고 경책했다.

북 지도층은 중국식 개혁개방 및 이란 식 ‘핵 포기’ 노선을 택해 주민들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공생공영이라는 세계조류에 역행,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선군정치로는 ‘인민들의 세끼 식사’ 해결이 어렵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공적(公敵)으로 낙인찍힐 뿐이다. 무도한 자, 신시국망(身弑國亡)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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