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북핵, ‘남북경협 3종 세트’의 변곡점 초래
그뿐 아니다. 박 대통령의 남북경협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가 모두 변곡점을 맞게 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후유증이 크다. 지난해 말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3차 시범운송을 마치고 본계약 체결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한·중·러 3국 물류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추진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 등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도 끊겼다.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와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등 장기적으로 추진돼 온 사업들도 잇따라 중단 수순을 밟고 있다.이처럼 당국 간 공식 채널은 물론 민간 차원의 비공식 접촉과 경협 채널까지 남북 간 접촉이 전면 단절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은 2013년에도 군통신선과 판문점 채널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내 북측 노동자를 철수시켜 160일간 공단 가동이 중단됐지만, 당시에도 민간 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은 명맥을 유지했다. 사안이 이렇게 위중하기에 심지어 일각에서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를 전면 중단시킨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데서 보듯 국지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북한이 개성공단을 조성하면서 후방으로 이전했던 4개 보병연대와 1개 포병연대, 탱크대대, 경보병 대대 등을 다시 개성공단 지역으로 전진 배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북관계의 ‘전면대결의 시대’로 재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지도자가 폭정 휘두르면 시해·국망 자초
설상가상 미군의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 배치를 놓고 한·미·일 대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드 배치를 비롯해 현안들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결정해야겠지만, 한반도상황이 여기까지 온 데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사드 배치로 인해 우리 수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홍콩 포함)과의 불편함이 경제적 타격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저어되는 바 적지 않다.
물론 모든 게 ‘최고지도자’ 김정은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호전성에서 비롯됐기에 호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공조로 ‘돈줄 차단’이 시급함을 뒷받침한다. 공자는 “정치를 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어진 정치를 실천하느냐, 못하느냐다(道二 仁與不仁而已矣)”라며 “최고지도자가 폭정을 휘두르면 심한 경우 최고지도자 자신이 살해당하고 나라가 망하며, 다소 심하지 않은 경우라 해도 자신의 몸이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쇠퇴할 것이다.(暴其民甚則身弑國亡 不甚則身危國削)”고 경책했다.
북 지도층은 중국식 개혁개방 및 이란 식 ‘핵 포기’ 노선을 택해 주민들의 삶을 보장해야 한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공생공영이라는 세계조류에 역행,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선군정치로는 ‘인민들의 세끼 식사’ 해결이 어렵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공적(公敵)으로 낙인찍힐 뿐이다. 무도한 자, 신시국망(身弑國亡)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황종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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