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부정과 불법-. ‘법 장사꾼’으로 전락한 일부 전관(前官) 변호사와 이에 편승한 판사와 검사를 보는 세상의 눈길이 매섭다. 내노라 하는 전관들의 막행막식으로 인해 파사현정의 본분에 충실한 다수 법조인의 수사와 판결의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사법 불신은 커진다. 법치가 바로 설 수 없다.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국란(國亂)’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
법조 치욕,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구속
후배들로부터 박수 받고 검찰을 떠났던 홍 변호사다. 그러나 개업한 이후 홍 변호사는 이른바 '전관예우' 효과로 한 해 수임료만 91억여 원이었으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번 사건은 세칭 ‘정운호 게이트’로 불린다. 정 대표가 자신의 석방을 위해 전관(前官) 법조인 등을 통해 요로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 짙기에 우리 사회의 부패 고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인 것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홍 변호사 등이 현직 판·검사 및 수사관 등 누구에게 어떻게 로비를 했느냐 하는 점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일부 전관 변호사들이 ‘형사 소송 1건당 50억’ 등에서 보듯 현직 때 맺은 인맥을 활용해 터무니없이 많은 ‘수임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 대표 사건을 통해 검찰이나 법원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를 통하면 죄를 가볍게 하거나 형량을 낮출 수 있다는 속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정 대표는 2014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홍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해 2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뻔히 드러난 횡령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아예 적용되지도 않았다. 항소심에서는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구속)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검찰 구형량을 낮췄고 보석신청에 대해 검찰로부터 호의적인 의견을 받아냈던 것은 대표적 사례다.
권력·부·명예까지 쥐려는 탐욕이 화근
‘유전무죄’를 당연시하는 법의 희화화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의의 화신인양 사정(司正)의 칼을 맘껏 휘두르던 판·검사가 전관이 되어선 ‘법조비리의 대명사’처럼 전락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법조인을 포함해 지도층은 그 지위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패거리를 짓지 말고 공익적 활동에 힘써야 함이다. 특히 권력와 부, 명예까지 틀어쥐려는 탐욕에서 끼리끼리만 놀아선 안 된다. 지도층이 기득권에 매몰돼 “우리끼리 이대로!”를 외치는 데서 부정부패는 싹 튼다.
사실 우리 사회 내 부패 비리와의 단절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 뿌리가 깊다. 200여년 전 ‘목민심서’는 서문에서 이렇게 개탄하고 있다. “나라에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곳이 없다(一毛一髮無非病耳). 지금 당장 고치고 바꾸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다(及今不改 必亡國而後巳).” /주필
황종택 주필
dtoday24@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