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가경정예산을 사상 최대치인 28조 9000억원을 편성했다. 이중 재정지출 증가는 17조 7000억원으로 외환위기 당시 규모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자금을 서민생활 안정, 일자리 창출, 녹색뉴딜 등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당정이 무슨 일이 있어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묻지마 식’ 재정지출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심각한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 이상 감소하고, 일자리가 40만개나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일단 경기를 살려내야 한다는 차원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

우리경제는 재정지출 확대 만으로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경제가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맞물려 주저앉는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응변적으로 재정지출만 늘일 경우 모래밭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경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다음 보완적으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지출을 늘이는 것이 수순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55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대부분이 임시적인 공공근로와 인턴이다. 6개월 안팎의 고용기간이 끝나면 다시 실업자들로 전락한다.

이번 추경편성으로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감세정책은 물론 세수 결손으로 인해 20조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정부부채가 350조원이 넘는 상태에서 보통 부담이 큰 것이 아니다. 정부가 빚더미에 올라 앉을 경우 정책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특히 대규모 국채발행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추경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4대강 살리기 등 여전히 토건공사에 비중을 두고 있다. 불가피한 공사는 해야 하나, 대운하 건설 등 다시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

최근 대외경제 여건은 더욱 불투명하다. 미국이 대규모의 달러화 발권을 서두르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등 국제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추경은 우리경제의 앞날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 될 수 있다.

무조건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무모한 발상을 버리고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는 생산적인 추경편성으로 바꿔야 한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보다 진지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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