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윤리법 개정과 윤리위원회의 제 역할이 시급하다. 상징적 사례를 보자.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진 검사장은 게임업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에게서 복귀한 직후 제네시스를 받은 혐의다. 한진그룹을 압박해 처남의 청소 용역업체에 13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파렴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 검사장이 구속된 치욕 앞에서 검찰 구성원들은 고개를 들기 어려울 것이다.

3월 진 검사장이 156억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한 이후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비리를 지켜본 국민의 감정은 의문에서 경악, 분노로 바뀌었다. 진 검사장이 금융조세조사2부장 시절 한진그룹 비리를 내사했다가 무혐의로 처리한 뒤 처남 몫의 일감을 요구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약점을 잡아 이권을 뜯어낸 공갈배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으로부터 부패를 척결하고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위임받은 검찰이 그 자리를 이용해 가족 비즈니스의 배를 불리다니! 검사 스스로 거악(巨惡)이 된 형국이다.

■‘주식 대박’ 검사장의 막장 드라마 온상

전국 1900여명의 검사 중 단 49명만 오를 수 있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현직 검사장이 첫 구속까지 이르게 된 데는 검찰 권력의 비대화가 작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사의 법무부와 외부기관 파견 제한을 공약했지만 18명의 검사가 청와대에 파견됐고 근무를 마친 10명 중 9명이 검찰로 복귀했다. 청와대 및 법무부와 검찰의 일체화 현상이 진 검사장 비리와 무관하다고 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3명 중 2명을 검사 출신으로 앉혔다. 청와대가 법무부와 검찰 조직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불만이 일선에 팽배하다. 면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과 검찰 간부의 정치화라는 현실이 ‘진경준 비리’의 토양이라는 비판도 무성하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고위직 검사가 상상할 수 없는 부정부패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 머리를 숙였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철저한 진상 규명을 다짐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 검사직을 ‘비리 면허장’으로 여기는 검사가 진 검사장 외에 없다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자신할 수 있는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 4월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을 조사할 당시 친인척 금융거래 내용을 검증하지 않아 진상 조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주식을 매입한 자금 4억원에 대해 윤리위는 그의 계좌에 주식 매입 전 넥슨에서 4억원을 빌리고 몇 개월 후 갚은 기록이 나와 있어 그대로 인정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진 검사장이 넥슨에 갚았다는 돈 4억원이 다시 그의 친모와 장모 계좌로 2억원씩 입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윤리위의 검증이 부실했던 것이다.

■윤리위도 체질 바꿔야 공직비리 예방

공직자윤리법 제8조는 공직자 재산 검증을 위해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에 금융 거래 내역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법원의 영장 없이도 특정인 계좌를 열어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공직자 재산 등록이 본인 외에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까지 하도록 돼 있는 것으로 봐서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계좌까지도 조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윤리위가 진 검사장 친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면 금방 수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해 비리 적발의 단초를 포착했을 것이다.

그의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은 지난해 진 검사장이 재산 등록 대상에서 재산 공개 대상으로 자격이 바뀌고 그의 재산이 공개되고 난 뒤 여론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재산 등록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고지 거부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지만 정부와 국회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 윤리위의 체질 개선과 함께 공직자윤리법의 허술한 조항들을 손질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진경준이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본지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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