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종택 주필.

심안(心眼)-. 마음의 눈을 의미한다. 그 참뜻은 사물과 그 이치를 살펴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일컫고 있다. 심이(心耳)도 있다.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을 뜻한다. 마음의 눈으로 보고, 마음의 귀로 듣는다는 것은 이상적인 일이고 참으로 아름다운 관계다. 하지만 누군가 인간은 모두 어두운 숲이라고 했다. 그 속을 알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명심보감’에 “얼굴을 맞대고 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음엔 천 개의 산이 가로막혀 있는 것과 같다(對面共話 心隔千山)”고 한 이유이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엔 국가 간에도 국익 앞에선 적대적 관계마저 형성된다. 그렇다. 지혜롭고 유연한 한국 외교가 요청된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중 세계 주요2개국(G2)으로까지 자리매김 되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날로 가열되고 있고,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 핵과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호전적 북한의 변수까지 더해져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앞길에 거친 풍랑이 일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지형은 근래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직시해야겠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을 계기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에 함몰된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고, 미국이 개입하는 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100년 전처럼 한반도 주변정세 요동

한반도가 위험하긴 불문가지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급변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국제적 충돌로 비화하지 말란 보장 또한 있을까. 민주평화통일을 넘어 초일류 선진한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지혜로운 외교를 펼쳐야 하는 당위적 배경인 것이다. 우리는 미국·중국과 기존 균형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한·일, 한·러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평화통일 기반 조성의 지렛대를 튼튼히 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조류를 읽는 깊은 통찰과 실천의지가 긴요한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지도부는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꿈(中國夢)을 앞세우고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육ㆍ해상 신 실크로드 대전략을 추구 중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내각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기대어 전쟁 수행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향해 착착 나아가고 있다. 아베 내각은 미국과의 ‘신(新)밀월’을 이루면서, 중국과도 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100년 전처럼 한반도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미·중·일·러가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수동적 태도로 일관할 때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국제외교에서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해선 국민 화합이 긴요하다. 갈등과 반목에선 국익을 챙기긴커녕 강대국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진화타겁(趁火打劫)’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불난 집에서 약탈한다는 뜻이다. ‘서유기’에 나온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난이취지(亂而取之), 적이 혼란할 때 취한다는 내용과 상통한다.

진화타겁은 상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를 틈타 출병해 “피해를 최대로 입히고, 세력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일, 곧 힘센 양의 기운으로 부드러운 음을 제압한다.(敵害之大 就勢取利 剛決柔也)”는 뜻이다. 개인이나 국가가 허점을 보이고 내분에 휩싸이면 힘센 주변 세력에 농락당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남남갈등 접고 화합의 정치 절실

특히 지도층이 정신을 못 차리고 정치사회적으로 갈등과 분쟁이 격화되면 최고지도자는 지위를 잃고 나라는 거덜 나기도 한다.

한반도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은 마침내 아시아 맹주로의 속셈을 노골화했다.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조짐이다. 일본은 우경화 질주로 제국주의 강국의 옛 꿈을 되살리고 있다. 러시아는 동북아·태평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부단히 꾀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남남갈등으로 진화타겁의 빌미를 주지 않는 우리의 화합된 국내정치와 능동적 외교가 절실하다.

‘손자병법’은 이렇게 충고했지 않은가.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은 바르게 항상 대비하는 데 있다.(御削防侵籍正常)” 오늘은 106년 전 망국(亡國)의 경술국치일이다. 광복을 맞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순국선열의 희생이 있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키 위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은 또 얼마인가! 나라 잃은 아픔과 광복의 환희가 있는 8월을 보내며 갖는 다짐이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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