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0만원이 핵심 아냐…부정청탁·금품수수 원칙적 금지
'이해충돌방지 조항 제외·국회의원 예외 규정' 등은 논란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 김영란법을 대표하기라도 하는 듯한 3·5·10만원이란 상한액은 이 법의 아주 작은 기준에 불과하다. 사실 김영란법은 공적업무 수행자들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포괄적으로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들까지 김영란법 공부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이 법이 가져올 사회적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무심코 주고 받았던 청탁과 아무렇지 않게 즐겼던 식사가 '불법'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이 모 검사가 최 모 변호사로부터 벤츠자동차와 다이아몬드반지 등을 받아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인의 윤리성 문제가 세간을 시끄럽게 했다.

이듬해 1월 부산지방법원은 1심 재판에서 이 둘 사이에 사건청탁 등 대가성이 있었다고 보고 이 전 검사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4462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에서는 내연관계였던 둘 사이에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3월 대법원 역시 무죄 판결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 들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컸다. 당시 대가성 여부가 판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처벌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한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2012년 8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름을 따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이후 수차례 개정 작업을 거쳐 정식 명칭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금지법)'로 내달 28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 청탁유형별 적용 규범. 자료=권익위


◇ 업무연관성 없어도 '적용 대상'

부정청탁금지법은 말 그대로 공직자 등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공직자 등의 범위에는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은 물론 사립학교 교직원과 사립학교법인·언론사 임직원까지 포함된다. 또, 업무연관성 또는 대가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금품수수를 제한하고, 배우자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선 안 된다. 법은 부정청탁 금지 대상 직무를 14가지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인·허가 및 면허 ▲행정처분 및 형벌부과 ▲인사 ▲공공기관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의 선정 및 탈락 ▲수상 및 포상 ▲입찰 및 경매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 ▲계약 당사자 선정 및 탈락 ▲공공기관 재화 및 용역 ▲학교 입학 및 성적 ▲병역 ▲각종 평가 및 판정 ▲행정지도 및 단속, 감사, 조사 등 ▲수사 및 재판, 심판, 결정, 조정, 중재 등과 관련된 것으로 사실상 법 적용 대상자들의 거의 모든 업무가 포함된다.

단, 법령·기준상의 민원이나 공개적인 요청, 질의·상담형식의 설명 등은 금지 행위에서 제외된다. 또,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 및 정당, 시민단체가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을 전달하거나 법령 및 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행위 역시 합법으로 간주된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상황에 따른 금품수수 가액도 제시하고 있다.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직무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이라도 직무와 연관성이 있을 경우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단,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안에 의하면 업무상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청탁이 아닌 사교 및 의례 목적일 경우 음식물은 인당 3만원까지 허용되며, 선물과 경조사비는 각각 5만원과 10만원을 넘지 않으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때 부조금과 선물, 음식물을 함께 수수한 경우 합산액 1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법 위반시에는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의 대상이 된다. 우선, 부정청탁의 경우 ▲공직자 등에게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한 이해당사자에게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한 공직자 등에게 3000만원 이하 과태료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한 일반인에게 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정청탁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단, 공직자 등에게 직접 부정청탁을 한 이해당사자에겐 공공기관과 국민 사이의 활발한 의사소통 보장의 차원에서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 이 경우 부정청탁이 실행에 옮겨질 시 해당 공직자 등이 제재를 받기 때문에 법의 취지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권익위의 설명이다.

금품 등 수수금지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 초과 금품 등을 수수한 공직자 등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몰수 및 추징의 대상이 된다. 또,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수수한 공직자 등에게는 수수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외부강의 등 초과 사례금을 수수한 후 신고 및 반환을 하지 아니한 공직자 등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 된다.

▲ 부정청탁금지법 징계 및 벌칙. 자료=권익위


◇ 사회 부조리 개선 '기대'

한편, 부정청탁금지법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도 적잖은 상황이다. 공직자 등과 그의 가족이 사적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거나, 소속기관에 가족을 채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외 되면서 반쪽자리 법이란 비판이 일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일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포함한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발의 하면서 "이해충돌 조항이 빠져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개정안을 통해 지금부터라도 이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식대와 선물을 각각 3만원과 5만원으로 제한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특히, 추석 대목을 앞둔 농축산업계는 김영란법이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회의원 등에 대한 부정청탁 예외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사립학교 교사 및 언론인까지 대상에 포함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과 '사학 및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부정청탁 금지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며, 공익목적의 고충을 전달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라며 "여기에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해당하고,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부정청탁금지법에 거는 기대는 크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 관행을 개선하고,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지문 본부장은 "김영란법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와 부정청탁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공직자 스스로 부정청탁을 거부하고 접대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의 부패행위에 대한 기존 반부패 법령의 규제 사각지대 보완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며 "법이 시행되면 지속적인 보완 및 개정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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