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부동산연맹 한국대표부 문윤홍 전 사무총장

정부가 지난 8월25일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애초 부동산업계가 예상했던 수위보다 다소 낮아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대책의 핵심은 보증기관의 보증한도와 주택 공급량 조절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주택공급 관리방안이 포함된 게 특징이다. 금융대책 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운 가계부채 문제를 주택시장 측면에서도 균형 있게 접근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키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택지를 매입하는 단계에서부터 적정 주택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택지매입 전 분양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사업성 심사를 통해 주택과잉 공급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예비심사’ 제도도 도입한다. 또 인허가 단계에서 국토부와 지자체 간 주택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합동시장 점검과 시장동향 정보공유 등 기관 간 협력 강화를 통한 공급을 관리한다.

보증한도·주택공급량 조절로 대응

분양 단계에선 ‘미분양 관리지역’을 확대하고 HUG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현장점검 등을 통해 공급을 조절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선분양의 특성 등을 감안해 그간 상환능력심사 등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던 집단대출 관리강화를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정부는 집단대출 때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과 주택적정 공급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HUG 등 공적 보증기관 중도금 보증을 부분보증(100%→90%)으로 운영하고 보증건수 한도도 통합관리(기관별 2건→도합 2건)한다.

그밖에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대출 등 은행 주택담보대출 이외 취약부문에 대한 유형별 맞춤형 대책도 추진된다. 전세대출에 있어선 차주(借主)가 원하는 만큼 나누어 갚는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유도하고 대출기간(2년) 동안 전세자금대출 원금의 10% 이상 상환을 약정하는 경우 주금공과 서울보증보험(SGI) 등 보증기관 전세보증료를 최대 0.08~0.12%포인트까지 인하한다.

최근 달아오른 재건축 열기와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잡기 위해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이라는 강수까지 둘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급속한 침체로 다시 부동산시장의 ‘불씨’가 꺼질 수도 있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피하면서 안정적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고민이 엿보인다. 분양권 전매제한 같은 강력한 수요 조절보다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의 공급을 차단하는 등 공급량 조절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조정하겠다는 점은 평가된다. 이번 대책이 당장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점이기도 하고 우려하는 점이기도 하다.

현재 가계부채 급증이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수요라고만 생각 할 수도 없는 부분이고, 오히려 가계부채 규모면에선 단연 1위겠지만, 집단담보대출(부동산담보대출)이 각 개인들의 신용대출보다 연체율도 낮고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통계가 진작 나왔음에도 우리 주변엔 집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고 새로운 아파트 분양이 계속 나온다. 어느 지역은 전세방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데 또 어떤 곳은 수년 된 미분양 아파트들로 집이 남아돈다. 다만 이럴 땐 도심에서 벗어난 곳은 아무리 싸도 패스하고 도심지를 선택하라는 얘기만 전문가들은 해준다.
단계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검토

부동산 가격 상승이 좋을까? 하락이 좋을까? 그건 정답이 없다. 어떤 이에겐 올라가는 게 좋겠지만, 또 다른 이들에겐 내려가는 게 좋은 게 집값이다. 누군가에겐 현재 집값 수준이 높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너무 낮다고 볼 것이다. 우리 경제 현실에서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게 좋을지 낮은 게 좋을지 아무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분양권 거래량은 전체 주택거래량 가운데 28.3%를 차지했는데, 이는 활황이었던 2006년의 분양권 거래비중 20.1%보다 높다. 그래서 정부로선 과열을 잡겠다며 집단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분양권 불법전매 단속이다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한껏 판을 벌여 놓고는 급히 판을 접는 꼴인데 이게 불과 2년도 안 돼 벌어지는 일들이다. 저금리 상황에선 집주인은 당연히 월세를 택할 것이고, 세입자 입장에선 가급적 전세를 찾는다. 양자의 가처분 소득을 고려할 때 어떤 쪽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인지 불분명하다.
/ 세계부동산연맹 한국대표부 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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