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서울에서는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은 기상청에 기대했다. 그러나 실망의 연속이었다. 폭염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고 계속되는 폭염기간에 대한 오보 때문이었다. 심지어 폭염이 끝나도 어느 정도 더위는 지속된다고 예보 했다가 바로 찾아온 가을 날씨를 보고서야 예보를 다시 수정했을 정도다.

기상청의 오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비에 대한 예보 정확도는 갈수록 낮아진다는 국회의 지적도 있을 정도다. 잘못된 기상예보로 인해 정치적 파장이 클 때마다 기상청의 변명은 낙후된 장비 탓이었다. 여러 번에 걸쳐서 수퍼 컴퓨터의 교체가 있었고 올 2월에도 500억이 넘는 비용을 들여 수퍼 컴퓨터를 구입했다고 한다. 이번 폭염기간 동안의 오보에 대한 이유로 다시 그동안 정기국회 때마다 지적받아 왔던 내구연한을 넘긴 기상관측 장비들이 거론되고 있다.

■인력 중요성 반증 ‘기상청 오보’

그런데 기상장비 외에 최근 기상청의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인사 문제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상학 관련 교수나 전문가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보면 기상예보관들의 기본 전문성은 높은데 공무원의 순환보직과 비전문가 기상청장이 문제라고 지적을 한다는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닌데 제 식구 감싸기의 흔적이 보인다.
반면에 다른 시각에서는 기상청의 특정 학교, 특정 전공에 대한 채용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수퍼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이 영국식 수치예보모델이어서 산이 많은 한국적 상황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상청은 한국적 수치예보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높은 인력을 채용하는 시도도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지적들 때문인지 기상청은 또 다시 졸속 대책들을 내놓았다. 전문성 높은 예보관 육성, 대학에 특이기상 연구센터 설립, 유능한 자문관 영입, 비 내리는 것만 보는 전문예보관 임명 등이다. 왜 지금까지는 안했는지, 당장 시행할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졸속들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기상청의 오보 문제는 더 이상 기상청 스스로 해결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상청은 스스로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를 교체할 수 없고, 순환보직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정실이 개입되는 채용 문제는 더더구나 내부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다. 한국적 수치예보모델도 여러 대학의 연구소에 맡겨 개발한다는 발상도 기상청이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보여주기식 ‘개혁상품’은 그만

특히 지금과 같이 인사의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혁신처가 다른 어떤 관련 부처보다 책임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사혁신처는 과거 명칭이 중앙인사위원회이었을 때 기상청에 대한 직무분석을 했었다. 큰 비용을 들인 직무분석이었지만 그 결과로 기상청의 업무내용이나 조직구조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보여주기 위한 직무분석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의 인사관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개혁들을 백화점식으로 진행해 왔었다. 최근 공공기관으로 확대돼서 논란이 되고 있는 성과급제를 비롯해서 고위공무원단, 계약제 공무원직 확대, 임금피크제, 직위분류제 도입, 인건비 총액제 등 다양하고 많은 보여주기 위한 인사개혁들을 해왔다.

이제 충분히 개혁상품들을 보여주었으니 인사혁신처는 정말 국민의 피부로 느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인력관리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때가 됐다. 기상청은 인사혁신처가 실용적인 인사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 될 것이다. 어차피 세월호 사건을 발단으로 공직기강을 세우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설립됐고 운영 중이다. 이제 인사혁신처가 어떻게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지 기상청을 통해 보여줄 때가 되었다.

<중앙대교수·행정학>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