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에 5선의 추미애 의원이 선출됐다. 친문재인(친문)계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내년 대선에서 집권 희망을 보여 달라는 당심이 집약된 결과로 본다. 그러나 전당대회 과정은 시민의 관심을 모으는데 실패했다. 수권을 위한 정책 경쟁이나 미래를 향한 비전 대결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 또한 예상대로였다. 다수 당원의 압도적 지지는 ‘추미애호’ 출범의 견인차가 됐지만, 동시에 추미애호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내년 대선후보 경선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추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이제부터 주류·비주류, 친문·비문이라는 말이 안 나오게 균형 있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민의 수렴…친노패권주의 경계

문재인·박원순·안희정·손학규·김부겸·이재명 등 당 대선주자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모두 함께 공정하고 깨끗한 경선, 정당사에 길이 남을 역동적 경선을 만들어보고자”고도 했다. 추 대표가 이런 약속을 지키며 외면 확대에도 힘써야만 더민주는 집권 전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추 대표는 당선 후 수락연설에서 “대통령이 국민이 가라는 길을 외면하면 단호히 맞서겠다. 고난과 탄압이 있어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구도에도 불구하고 무기력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더민주를 ‘강력한 야당’으로 환골탈태 시키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인다. 추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다시 한 번 새길 필요가 있다.

더민주는 이 같은 주권자의 명령을 받들어 강하고 유능한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야당이 무능하고 무기력하면 정권은 끝없이 오만해진다. 주권자들은 집권세력에 실망하고도 대안을 찾지 못해 정치혐오에 빠져들게 된다. 60년 야당 역사에서 처음 TK(대구경북) 출신 여성 당 대표가 당선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작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문 전 대표가 중도하차한 것이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때문임을 감안하면 의미는 또 달라진다.

사드 반대 등 ‘안보불안’은 수권 멀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겸 선거관리위원장이 이념 과잉의 운동권 정치로는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통해 더민주는 4·13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김종인 노선에 반대했던 친문계 추 대표가 당권을 잡고 ‘친문 패권주의’로 가는 것은 한국 정치의 퇴행이다.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한 추 대표는 당선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등 강성 투쟁 면모다.

국민의 과반수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마당에 ‘안보불안 정당’으로 가는 것은 수권정당의 길과 거리가 멀다. 경제와 민생에서도 추 대표는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추 대표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작년 2월 자신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해준 문 전 대표를 대선 경선 후보로 만드는 일, 아니면 보수여당에 실망한 민심을 받들어 더민주를 수권정당으로 개혁하는 일이다. 추 대표가 친문세력에 따라가는 식은 국민 정체성과 어긋난다. 정부와 야당을 경제하고 비판하면서도 안보와 외교, 민생과 복지에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 수권정당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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