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0억원 정도는 어렵지 않아요. 여기에서 화장품 가게 놓을 만한 빌딩 없을까요?“
지난 7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 중국 중년 여성 서너 명이 빌딩 쇼핑에 나섰다. 앞서 중국 부호들이 몇 년 전부터 사들인 강남권 아파트와 고급 빌라들을 보면 방배동 다이너스티힐(21억 원), 삼성동 래미안삼성1차(18억 원)… . 제주도 땅과 주거시설 등에 대거 흘러들었던 중국인들의 ‘차이나머니(China money)’가 이제는 서울 강남권 100억~200억원대 빌딩, 고가 아파트와 고급빌라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요즘 서울 부동산 시장에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바람이 거세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지역인 제주도와 부산에 집중됐던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최근 서울의 홍대상권을 중심으로 연희동·연남동·망원동으로 확산되고 가로수길 세로수길 등 강남까지 넘어오고 있다. 한국 관련 사업을 하는 한 중국인은 "중국 부동산 시장은 거품이 곧 꺼질 것 같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 않은 한국 부동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며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나 아크로리버파크 10채를 한꺼번에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中 큰손 ‘부동산 쇼핑’, 서울로 이동

지난 8월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완수(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인이 최근 3년간 매매 거래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고가 아파트(빌라 포함·실거래가 기준 9억원 초과) 매매 건수는 모두 17건으로 집계됐다.  매입이 16건, 매도가 1건으로 서초구에서 9건, 강남구에서 8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평균 매입가는 16억7000만 원이다. 규모가 가장 큰 아파트는 지난 2014년 4월 거래된 전용면적 252㎡의 서초구 방배동 다이너스티힐로 21억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 범위가 대규모 위락시설, 빌딩, 상가에서 주택 등으로 넓어지면서 중국인이 집값을 끌어올리면서 나타나는 ‘주택시장의 차이나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할지 주목된다.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중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 지역의 토지는 지난 1분기 현재 3516필지(15만9375㎡)로 2015년 말 3192필지(15만3109㎡)보다 석 달 사이에 10.2% 늘었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중국인들의 서울 지역의 땅 투자는 매년 40%씩 급증하고 있다. 2015년말 공시지가 기준으로 7884억5000만원이다. 통상 실거래가는 공시지가와 2배가량 차이 나는 점을 감안하면 1조5000억~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자본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개발 사업에 물꼬가 트이고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동산 업계는 제주에서 부동산 쇼핑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중국의 큰손들이 서울 강남과 부산 등 돈이 될 만한 다른 지역에 ‘눈독’ 들이는 현상의 하나로 보고 있다.

중국 자본 부동산시장 유입 대응책

이처럼 중국인들의 활발한 부동산 매입에 문제점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부동산 취득이 인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중국인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거래량이 늘어나 실제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기간에 급등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거품이 빠졌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매입에 상당부분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자본의 종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대외 변수에 종속되면 정부 정책 수립과 시행에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매수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부동산을 팔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중국인들은 주로 단기투자자들이 많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개방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선제적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액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일부 관광특구에 시행하고 있고, 외국인에게 부과하는 부동산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도 내국인과 큰 차이가 없는 등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로 중국 자본이 부동산 시장에 단기간 내에 유입되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해외 사례들을 잘 참고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前세계부동산연맹 한국대표부 사무총장
.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