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도전 가능성에 관해 2014년 10월 ‘반기문의 끔과 대망론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처음 제기한 이래 몇몇 매체들을 통해 그의 대권도전 가능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반기문 대망론’을 처음 제기했을 때만해도 그 자신을 비롯해 주변 인사들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이제는 반기문 총장 스스로 강한 권력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이는 기정사실화 됐다. 반 총장에 관한 국내 여론도 상당히 우호적이다.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처음으로 20% 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지역별로도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추석연휴 직후인 9월19~21일 진행돼 대선을 1년 앞두고 ‘명절 밥상머리 민심’이 반영된 점이 특징이다.

■목표 지향적·우유부단 인상 혼재

반 총장은 목표 지향적이고 전략적이다. 우유부단해 보이는 성격 때문에 뭘 잘했는지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그는 2005년 유엔 사무총장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때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유엔 리더가 되겠다는 분이 북한 인권에 대해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았다면서 딴지를 걸었다. 이튿날 미국의 유력일간지 <워싱턴타임스(WT)>는 1면 톱으로 반기문 인터뷰를 실었다.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미 국무부는 반기문 지지로 돌아섰다.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난 추석 연휴 때 유엔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 일행은 반 총장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였다. 이때 전달된 김종필(JP) 전 총리의 메시지는 결집 신호가 됐다.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 메신저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을 때 정치참여 의지를 보였다. 유엔에서 일하는 인사들은 그를 장어에 비유한다.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반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친노측의 영상메시지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2년반 동안 봉하마을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노무현정부 인사들이 거부감을 갖게 된 배경이다. 그의 최대 약점은 직접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이다. 공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피하다 보니 받게 된 국제 미디어의 평가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 결점이 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또한 국제사회가 내린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다. 선거전이 격화되면 시리아 내전 등에서 보인 그의 무기력한 리더십이 알려질 것이고, 젊은층의 우상이 된 그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버텨낼 수 있을지가 또 다른 시험대이다.  

■강대국 간 경쟁 커질수록 기대 커

2017년 대선의 승부처는 후보의 안보 신뢰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판했다. 야당도 여당과 함께 대북 규탄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북핵(北核) 블랙홀'로 모든 이슈가 빠져드는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여야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은 보수 지지층 결집, 야당은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특히 더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주요 패인으로 지적됐던 '안보 불안감을 주는 정당'이란 오명(汚名)을 벗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국민 여론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인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아울러 한국의 핵무장, 선제 타격론 등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쪽으로 더욱 쏠릴 것이다. 정부의 예상이 맞는다면 내년 대선은 북핵 위기로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질 전망이다. 그럴 경우 대북관과 안보관이 흐릿해 보이는 후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 선택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제공권 장악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국제사회는 민족주의적 행동과 발언을 멀리하고 있는 반 총장에게 시선을 고정시킬 것이다. 중국에 호의적이고 미국에 지인이 많은 그가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통일대통령’이 되는 게 그의 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 정치적 지지기반이 없어 취약한 그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된다.

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