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임시정부의 헌장이 대한민국을 국호로 채택했고 헌법전문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해, 국호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쉽게 대한민국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의 국호가 고려공화국 또는 조선공화국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이 1910년 한일합병조약으로 사실상 주권이 상실된 후, 국내외에서는 지속적인 독립운동이 이뤄졌다. 비록 1919년 3·1 운동을 통해 바로 독립을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한민족의 독립의지가 결집돼 중국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구성됐다.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한국 최초의 근대헌법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만들었다. 임시정부는 임시헌장에서 국호를 정할 때에 대한은 망한 국호이며 일본에 합병된 국호이니 사용하지 말자는 여운형의 반대의견이 있었으나, 일본에게 빼앗긴 국호를 다시 찾아 독립했다는 의미를 살리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국호를 대한으로 했다.

■여운형 "일본에 합병된 국호 안된다"

상해임시정부는 유일한 한민족 독립추진단체로서, 임시헌법을 만들고 정부를 조직해 1945년 광복될 때까지 27년간 독립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망명정부로 보기는 어렵다. 망명정부는 정통 정부가 본국 밖으로 망명해서 영토회복을 기도하는 정부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1943년 12월 미국,영국,중국은 한국의 독립을 약속하는 카이로 선언을 발표했고, 1945년 7월 미국, 영국, 중국, 소련은 일본의 무조건적 항복을 권고하는 포츠담 선언을 발표했다. 일본의 항복과 연합국의 승리로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역사적인 광복을 맞이하게 되지만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미국과 소련이 각각 남북으로 나누어 군정을 실시했다. 1945년 12월 미국, 영국, 소련 외상회담에서 미·소 공동위원회를 두고 한국이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 미국, 영국, 소련, 중국의 4개국 공동관리로 5년의 신탁통치가 결의됐다. 하지만 한국은 우리 국민의 적극적인 반대와 저지로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1947년 11월 UN총회는 UN의 감시 하에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결의했으나, 소련의 반대로 북한에서의 선거실시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1948년 2월 UN 소총회는 ‘가능한 지역 안에서 총선거를 실시하고 여기서 선출된 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한국정부의 토대가 될 것이며, 정부형태는 한국국민에 의해 자주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했다. 1948년 3월 미군정법령에 의거한 ‘임시입법원’에서 제정한 국회의원선거법에 따라, 1948년 5월 10일 우리 헌정사상 최초의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됐다.

대한민국 초대국회는 제헌국회로서, 헌법기초위원회를 구성해 헌법제정에 착수했고, 1948년 7월 17일 국회의장 이승만이 서명함으로써 대한민국헌법이 제정 공포됐다. 건국헌법에 의거해 대통령과 부통령이 선출되고 국무총리와 대법원장이 국회의 인준을 받아 정부가 수립돼, 1948년 8월 15일 역사적인 대한민국정부수립 선포식이 거행됐다.

■정부수립 당시 국호놓고 격렬다툼

건국헌법은 국호를 대한으로 하는 민주공화국 헌법이다. 1948년 정부수립 당시 국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헌법기초위원회는 물론 국회 본회의에서도 격렬한 다툼이 있었다. 유진오 헌법초안에서는 ‘조선은 민주공화국이다.’로 되어 있었는데, 헌법기초위원회가 국호를 놓고 투표한 결과 대한민국 17표, 고려공화국 7표, 조선공화국 2표, 한국 1표로, 대한민국을 국호로 채택하게 된다. 만일 유진오 선생의 초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면 우리의 국호는 대한이 아니라 조선이 되었을 것이다.

건국헌법은 대한제국과 3·1운동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 헌법으로,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그 영토로 하는 한반도 전역을 지배하는 헌법이다. 한편 북한은 조선과 민주주의와 인민공화국의 조합으로 국호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하는 헌법을 1948년 9월 제정하였다. 북한은 상해 임시정부에 관해 매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일성의 만주항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