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상 군함은 영토로 인정된다. 군함이 다른 나라 항구에 정박 중이더라도 그 군함 국가의 영토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일본 함정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욱일승천기’를 달고 진해항에 입항했을 때 국민감정에는 거슬렸지만 이를 막을 방도가 없었던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2002년 남북간 제2 연평해전에서 남측해군이 뼈아프게 생각하는 부분이 남측의 고속정 침몰이었다. 남측영토로 간주하는 군함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한국해경 우습게 여기는 중국어선

해군 고속단정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의 공격으로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면서 해경은 함포 사격 훈련까지 실시했다. 비록 해경정은 군함이 아니어서 국제법적으로 영토 개념이 아니지만 국민들은 우리 영토가 침탈된 것과 다름없는 감정을 느낀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함포 20발과 발칸포 80발을 해상으로 쏟아붓는 사격 훈련으로 감정을 달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보다 차분하게 사안을 들여다보면 이번 사태는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홧김에 서방질’ 하듯 엉뚱하게 해양경찰청을 해체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든 데도 원인이 있다. 이후 해경의 해양 경비 역량과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대형화, 조직화, 흉포화하는 중국 어선은 우리 해경을 경찰 신분이 아닌 ‘경비대원’ 수준으로 인식하고 노골적인 공격을 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력 대응 매뉴얼조차 없으면서 즉흥적인 함포 사격부터 하고 보겠다는 식의 대응은 또 다른 ‘홧김의 서방질’로 비칠 수 있다.

■주권수호 위한 막강 수비조직 시급

정작 필요한 것은 중국 어민들 머릿속에서 ‘한국은 엄포만 놓을 뿐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인식부터 지우는 것이다. 이미 국제해양법적 차원에서도 정선, 나포, 체포할 때 총기사용은 다 할 수 있게 돼 있다. 단속 때 철저한 현장 검증으로 중국 어선이나 중국 정부가 다른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전처에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 사고 한 번에 해체하고 주 업무를 바꿔버리는 것은 즉흥적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많았지만 강행했다. 해경 원상회복은 당시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이 정부의 속성상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어차피 다음 정부에서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해양 경비를 어떤 조직과 체계로 수행하느냐하는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직 중·일과 해양 경계선마저 획정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은 육지 크기로 서해상의 해양 경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언제 강압적으로 해올지 알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해경에 해당하는 중국의 국가해양국, 일본의 해상보안청은 준군사 조직이나 다름없다. 우리 해경만 구조 업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다. 세월호 사건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구난, 기름 유출 사고 때의 방재도 해경이 맡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해양 주권 수호는 그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며 해경의 기본 임무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칭찬합시다중앙회 회장·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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