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높은 산을 바라보면 그곳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통상은 걸어서 올라가지만, 그곳까지 오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발밑에 펼쳐진 광활한 자연을 보게 해 주는 수단이 있으니 케이블카다. 케이블카 없는 명산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세계는 케이블카를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설악산에 놓는 케이블카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차 떼고 포 뗀 모습이 될까 우려된다. 후대에 길이 남는 명작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설치되길 바래본다. 

환경에 손을 대려하면 환경단체는 어김없이 무조건 반대한다.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무분별한 훼손을 막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환경보전 그 자체를 ‘환경’의 전부로 여겨서는 안 된다. 어느 분야건 간에 현실을 도외시하면 특정 관점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이념의 화신으로의 전락을 경계해야 한다. 어디까지가 개발이고 어느 선을 넘을 때 훼손이 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을 위한 환경이어야지, 사람이 환경을 위한 것일 수 없다는 점이다. 

■ 눈과 입이 즐거운 日자연여행

얼마 전 아내와 일본 도야마 알펜루트를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다. 알펜루트는 3015m 다테야마(立山)를 넘어 일본 최대의 수력 댐인 구로베 댐과 호수를 둘러보는 관광코스를 말한다. 일본 스스로가 동양의 알프스라 부르는 지역이다. 출발점인 다테야마 역에서 7분간 케이블카(우리의 케이블카와는 다른, 궤도열차에 가깝다)로 977m에 위치한, 1000년 넘은 삼나무 숲으로 울창한 ‘비조다이라’까지 약 60도 각도로 끌어올린다. 그곳에서 몇 가지 유형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다시 1930m ‘미다가하라’까지 버스로 30분 이동한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습지지역인데, 2000m 고원에 존재하는 습지라 더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 역시 습지사이로 여러 코스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다시 버스로 20분 이동하면 2450m 위치에 호수와 유황온천이 있는 ‘무로도’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호텔과 산장까지 있다(마다가하라에도 호텔이 있다). 그리고 2800m의 산허리를 잘라 만든 갱도터널을 전기로 달리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10분 가량 달려 통과한 후, 다시 로프웨이(우리의 케이블카)를 통해 7분간 하강한다. 그러면 1470m에 위치한 구로베 댐을 만난다. 높이 186m의 구로베 댐은 1963년에 완성되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댐은 일 년에 7개월간 방류를 하고 있는데 물이 많고 넘쳐서가 아니라 ‘관광방수’를 위함이다. 댐에 구멍을 두 군데 내어 방류를 하니 마치 물안개와 분수를 합친 모양의 아름다움을 보이면서 주변에 무지개가 자주 나타난다. ‘관광방수’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지만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얼마나 관광에 목숨을 걸고 있는지 마음에 와 닿는다. 그곳에서 다시 갱도터널을 16분간 지나면 알펜루트는 끝이 난다. 

■ 과도한 보전, 인간 위한 환경 무색케

지난 8월 경 아내가 평소 노래를 불렀던 대관령 양떼 목장을 다녀왔다. 주변에서 한번 가볼만하다고 해서 다녀왔다. 대관령목장은 연간 68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평창의 대표적 관광지답게 넓고 편안하고 아름답고 아늑했다. 정상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었고, 4개의 역을 두어 하산할 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정상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은 커피나 음료를 파는 카페가 없었다. 중간지점에도 먹거리는 없었다. 

출발점에서 삼양라면 1박스를 저렴하게 팔고 컵라면을 먹을 수 있는 게 전부였다. 알펜루트에는 가는 역마다 먹거리가 넘치는데, 컵라면이 전부라니 너무 비교가 된다. 알고 보니 규제 때문이란다. 

백두대간보호법 등 7개의 법령에 묶여, 음식을 조리해 판매할 수 없고, 민간궤도시설을 금하기에 산악열차를 운영할 수 없다고 한다. 산장은 물론 화장실, 비가림 시설도 쉽지 않다고 한다. 아름다운 대관령 목장 정상과 중간 지점에 깔끔하고 예쁜 카페가 있어 최소한의 먹거리와 음료를 제공한다면 관광명소가 되기 충분한데 너무 안타깝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산악관광을 키워나가 대관령이 아시아의 융프라우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일본도 3000m 산을 개발할 때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반대에 직면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인이 찾는 세계적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크다. 관광과 여행의 두 가지 핵심요소는 눈과 입이다. 눈이 기쁘지 않으면 관광이라 할 수 없고 입을 즐겁게 하지 못하면 여행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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