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해외건설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수주한 공사의 발주가 연이어 취소되고 신규수조도 부진해, 올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지난해에 올린 476억 달러에 턱없이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겪고 있는 해외건설시장 진출의 어려움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원인이 있지만 내부적으로 건설업체들이 안정적인 나라에만 좌판을 깔고 않아 진출 국가를 다변화하지 못한 이유도 크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전략으로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프리카 시장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때마침 정부도 지난 5월 콩고민주공화국과 자원 및 건설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콩고민주공화국과의 건설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은 사하라 이남에 위치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영토면적이 우리나라보다 23배나 크고 다양한 종류의 자원이 방대하게 매장돼 있으나, 오랜 동안의 독재와 전쟁으로 인해 발전이 정체된 전형적인 후진국으로 근년 들어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고 경제개발의 전기를 찾고 있다. 그런데 인프라 개발의 수요는 무궁무진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 스스로 추진할 재원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콩고민주공화국은 양해각서에서 패키지딜(Package Deal) 즉 인프라 건설비용과 수익을 자원개발을 통해 충당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패키지딜을 통한 협력으로 우리나라와 콩고민주공화국은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인프라 건설과 자원개발에 필요한 투자의 규모가 크고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무리 일감이 많더라도 건설업체들이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은 미지의 시장에 단독으로 진입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전략적 차원에서 기업의 진출이 활성화되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프로젝트 타당성조사나 자원탐사가 가능하도록 1조원 대에 머물고 있는 ODA 또는 EDCF 자금을 확충해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석유공사나 광업진흥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민간기업의 협력수준을 높여 자원의 개발과 처분을 용이하게 하도록 하는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투자보호협정을 맺어 불확실성도 낮추는 일도 필수적이다.

패키지딜을 통해 우리나라는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고 동시에 방대한 아프리카의 건설시장을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아프리카에 우리나라의 발전경험을 전수하고 정치경제적 협력을 통해 국가적 위상도 높일 수 있다.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과 기업의 합리적인 투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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