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 변호사

Q. 조그마한 건설사를 경영하는 A는 서울에 시가 10억원, 대출금 2억원의 아파트 1채와 2억원 상당의 은행 예금을 본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중, 사업이 어려워져 채무변제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에 A는 부인 B와 이혼을 하면서 은행예금 2억원은 본인과 부인이 각자 1억원씩 가지고, 아파트는 부인 B에게 주었다. 이후 B는 위 아파트의 담보대출금 2억원을 변제하고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 A씨에게 사업자금으로 3억원을 빌려주고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C는 B를 상대로 전남편인 B의 채무를 변제해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A. 원칙적으로 부부 중 일방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자는 채무자의 배우자에 대해서까지 채무의 변제를 청구할 수 없다. 이것이 ‘부부별산제’이다. 다만, 부부의 일상가사와 관련하여 발생된 채무의 경우에는 부부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으므로, 채권자는 부부 중 누구에 대해서도 채권의 변제를 구할 수 있아.

이건의 경우 C의 A에 대한 3억원 채권은 사업자금으로서 원칙적으로 채무자인 A만이 변제할 책임이 있고, 그의 부인인 B는 변제할 책임이 없다. 따라서 B는 C에게 전남편 A의 채무를 변제할 의무는 없고, C도 B에게 이를 변제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

한편, A와 B는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을 하였는데, 전체 실질 공동재산 10억원(아파트 8억원, 현금 2억원) 중 9억원을 부인에게 주었다. 만일 A가 B와 공동재산의 절반씩을 나누어 분할하였더라면, A의 채권자인 C는 A를 상대로 3억원의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A가 재산의 거의 전부를 B에게 주는 내용의 재산분할을 함으로서, C는 A에 대한 채권추심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C는 B를 상대로 위 재산분할이 A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가 되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이혼을 함에 있어 자신의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일정한 재산을 양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되어도, 위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 규정의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에 의한 취소의 대상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다만 위와 같은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초과부분에 관한 한 적법한 재산분할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취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위와 같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재산분할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07.28. 선고 2000다14101).

다만, 채무자가 이혼을 함에 있어서 배우자에게 재산을 양도하는 것이 모두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해 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도, 미성년 자녀의 부양의무자 및 부양그액, 이혼에 이르게 된 채무자와 배우자의 귀책정도 등에 비추어 그러한 재산분할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주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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